17일 금융권의 탐욕을 규탄하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1주년을 맞는다. 이날 시위대가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등 월가를 향한 대중의 분노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실상 금융권은 혹독한 계절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대중의 비판과 정치권의 규제, 경기침체 등으로 십자포화를 받으면서 수익이 급감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이제는 불쌍한(pity) 존재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일단 월가의 탐욕을 규제하는 각종 족쇄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미국 은행은 자기자본으로 증권이나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자기계정거래를 금지하고 사모투자와 헤지펀드 투자는 자기자본의 3% 이내로 규제하는 볼커룰이 지난 7월21일부터 발효돼 울상을 짓고 있다.
영국도 국민의 푼돈을 주로 맡아 운용하는 소매금융업을 리스크가 큰 도매ㆍ투자금융업과 분리해 일종의 링 펜스 안에 분리하는 일명 '링펜스룰'을 오는 201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심지어 유럽연합(EU)은 볼커룰과 링펜스룰을 합친 강력한 규제안을 다음달 집행위원회(EC)에서 검토,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이고 연봉을 넘어서는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관행을 금지하는 규제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규제는 당장 수익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때 급감했던 글로벌 IB의 수익은 이듬해 3,500만달러를 돌파하며 회복하는 듯했지만 올해는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때의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런던 금융계는 올해 전체 인력의 3분의1가량인 10만명을 방출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 뉴욕 금융계도 대규모 인력감축을 실시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금융권의 평균 연봉도 최고점이었던 2007년에 비해 30%나 깎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코노미스트는 한 나라의 제조업이 흔들리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경우 정부는 두 손을 걷어붙이며 구제에 나서지만 금융권은 과거의 탐욕스런 행태로 오히려 채찍을 맞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반월가 시위대는 1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봉쇄하고 월가를 정지시키겠다고 밝혀 뉴욕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