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9월 2일] 개혁으로의 티켓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8월29일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페일린 주지사가 국가적인 차원의 검증을 받은 적이 없을 뿐더러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경험도 없다는 점에서 대담한 선택이다. 이전까지 대통령 후보가 부통령 후보를 고를 때는 최대한 무난한 인물을 고르는 게 관례였다. 매케인 의원의 최대 약점은 낡은 이미지다. 대중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페일린 주지사를 택한 것은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일린 주지사는 28세에 알래스카주 와실라 시의회에 진출한 후 32세에는 3선 시장을 꺾고 시장이 됐다. 그리고 2006년에는 공화당의 유력한 인물을 제치고 알래스카 주지사 후보로 공천받아 당선되는 등 거물과의 대결에서 승승장구한 내력을 갖고 있다. 페일린 주지사는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온 인물이기도 하다. 2003년 당시 알래스카주 공화당 의장인 랜디 루드리치와 그레그 렌키스 주 법무장관의 비리를 고발했다. 그리고 2005년 말에는 알래스카를 가로지르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주지사 선거에 나섰다. 유권자들은 현상유지에 익숙해진 당시 현직 주지사를 저버렸고 대신 페일린의 참신함에 환호했다. 일각에서는 페일린 주지사가 경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에 비하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 의원은 순식간에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반면 페일린 주지사는 현지 에너지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알래스카의 행정을 도맡아왔다. 이 같은 사실 때문에 공화당 지지자들이 페일린 주지사를 쉽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페일린이 경험이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외국 정상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기라도 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동시에 페일린 주지사는 매케인 진영에 힘을 실어줄 능력도 갖추고 있다. 알래스카 주지사로서 에너지문제에 정통하며 어부인 남편과 다섯 자녀 등 따뜻한 가족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8월28일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공화당에 고루하고 경제에 실패한 이미지를 덮어씌우려 했다. 이제 매케인이 답할 차례다. 페일린 주지사는 그에게 개혁가의 이미지를 보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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