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은행 문턱에 걸린 저신용 계층, 결국 '고금리 늪' 내몰려

[서민대출 구조적 문제 있다] <상><br>저축銀 예대마진 8%선…대출 금리 年 30%대<br>근로소득만으론 못갚아 연체→파산 악순환<br>서민 특화 여신기법 개발 금리 더 낮춰야

생활이 팍팍하고 고달픈 서민들은 하루 24시간 쉴틈없이 일을 해도 여유로운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 저임금에 살인적인 고금리까지 겹쳐 신용불량의 악순환에 빠져들기 십상인 서민들에게 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설일용직으로 날품팔이를 하는 인천 거주자 신모(58)씨는 월소득이 80만원에 불과하다. 부족한 생활비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겨우겨우 막으며 버텼다. 변변한 직업이 없던 그로서는 은행 대출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사이사이 연리 40%에 달하는 대부업을 찾기도 했다. 몇 년을 그렇게 버티던 신씨는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은행 대출길이 막힌 저신용계층은 '제2금융권→대부업체→사채'로 이어지는 고금리 대출의 늪으로 쉽게 빠져든다. 신씨처럼 딱한 생활의 악순환 고리에 묶여 신용불량자로 내몰린 사람들은 수십만명에 달한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접수된 신용회복 상담 신청자 수는 지난 2004년을 정점으로 하락했다가 금융위기를 전후로 다시 증가세를 타면서 2007년 25만1,948명에서 2008년 44만6,573명, 2009년 58만8,335명을 기록했다. 신용회복 상담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서도 벌써 상반기 중 19만명에 육박하는 상담 신청이 접수됐다. ◇'고금리→부채증가→파산'으로 몰리는 서민들=한국이지론의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신용등급 6~9등급 계층에 대한 저축은행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30%대, 대부업체들은 연 40%대에 이른다. 이 같은 고금리는 저신용자들이 정상적으로 일을 해 갚아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쉽게 말해 '빛을 갚기 위해 또 다른 고금리 대출을 받는' 돌려막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저신용계층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행연합회 대출정보 보유자 기준)은 신용 10등급 계층의 경우 2008년 12월 말 평균 2,928만원에서 올 3월 말에는 5,286만원으로 1년3개월 만에 두 배가량 부풀었다. 고금리 문제는 저신용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지워지는 고금리 부담은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경남 진해시에서 거주하는 조모(26)씨는 지난해 7월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대학생활 동안 학자금과 생활비를 세 곳의 저축은행 대출로 겨우 돌려막으며 버텼지만 졸업 후 취업이 어려워 실직상태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저임금 노동자나 청년실업자들은 낮은 소득이라는 고통에다 고금리 대출이라는 이중의 짐까지 함께 지기 마련"이라며 "현재와 같은 구조라면 누구든 한순간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입 벌어지는 금융권 고금리=대표적 서민금융기관으로 꼽히는 저축은행은 예대마진이 평균 8%에 달한다. 주요 자금조달원인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4%선이지만 대출금리는 가중평균 여신금리 기준으로 평균 12%선이다. 특히 저신용자에 대한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평균 30%선에 달한다. 대출회수에 대한 위험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저축은행보다 훨씬 위험한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캐피털사의 경우도 대출 연체율은 2008년 말 5.6%, 2009년 말 6%, 올해 3월 말 5.5%에 불과하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자금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데다 주요 거래대상인 저신용자들의 대출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저축은행들이 예금으로 싼값에 조달한 자금을 서민대출에는 쓰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운용하는 게 문제"라며 "부동산 PF에서 생긴 부실 비용까지도 사실상 저신용자와 같은 서민대출 금리에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살인적 고금리로 원성을 사는 대부업만큼이나 캐피털사들의 금리도 만만찮게 살인적이다. 캐피털사들은 통상 연 5~9%의 금리로 돈을 빌려 평균 30%선의 고금리로 신용대출 장사를 하고 있다. 부실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각종 영업비용 등을 고려한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서민 특화 여신 기법 마련해야=한 금융그룹 최고경영자는 이 같은 서민금융 행태에 대해 "금융사들이 면밀한 고객 정보분석을 통해 향후 여신상환 가능성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으면 그저 고금리를 매기는 형태로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이 저신용계층 등 서민들에게 특화된 금융데이터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위험을 줄이면서 영업을 확대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한다면 금리도 함께 낮출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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