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EU FTA, 국가 미래 전략은 있는가


여당의 일방처리로 비준된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과연 어떤 국가 미래전략을 가지고 EU와 FTA를 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야당이 지적하는 대기업 슈퍼의 시장접근을 허용했다는 방어적 협상의 실수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자는 것이다. 방어적 협상도 제대로 못한 것이지만 미래 산업구조 변화와 혁신에 대한 전략과 목표를 가진 공격적 협상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은 소형자동차ㆍ냉장고ㆍ에어컨ㆍ컬러TV 등 몇 개의 품목이 관세 인하로 득을 볼 것이다. 반대로 유럽산 자동차나 가방ㆍ의류 등 명품ㆍ치즈ㆍ위스키 등 소비재 수입은 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들의 더하기 빼기로 한국의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일차방정식으로 유럽과 FTA를 추진했다면 매우 경솔하다. 한ㆍEU FTA는 미래경제 산업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다차원 방정식이다. EU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우리 산업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높은 수준의 환경 장벽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규제를 비롯한 환경ㆍ보건ㆍ식품ㆍ안전분야 등의 까다로운 규제기준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전기전자제품 폐기물처리지침(WEEE)은 제품의 회수와 재활용 비율을 정해놓고 있다. 또한 납ㆍ수은ㆍ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한다. 에코디자인지침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를 규제하고 있다. 신화학물질관리정책(REACH)은 화학물질의 최초 생산 및 수입 단계부터 최종 소비까지 취급업자의 정보제공의무를 강화하는 등 통합 관리하고 있다. 폐자동차처리지침(ELV)은 자동차 제조 및 판매업체에 폐차의 무료수거의무를 부과한다. 이처럼 EU 시장은 우리나라의 자동차ㆍ화학ㆍ기계ㆍ반도체 등 전 산업이 기술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공략하기 어려우며 거꾸로 기술 종속이 되거나 우리 시장만 내주기 쉽다. 미래 경쟁력과 성장동력이 될 이들 분야에서 장벽 높은 시장에 내몰려 국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좌초시킬 수 있다. 한ㆍEU FTA 이전에 우리 산업의 미래에 대한 국가전략이 먼저 나왔어야 한다. 세계 선진 시장과의 FTA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 다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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