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우려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7월 소비자물가가 4.4% 상승, 1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수경기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어려운 상황에서 물가까지 들먹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경기가 좋지않으면 물가라도 안정돼야 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가계에 더욱 주름살을 입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 일상생활에 필요한 품목만 따로 묶은 생활물가 지수는 5.8%나 올라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와 투자 등 수요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도 물가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공급 측면의 비용상승 요인 탓이다. 농산물과 유가ㆍ교통비 상승 등이 한꺼번에 몰려 정부 예상치 보다 더 소비자 물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계절적 요인과 제도개편에 따른 일시적 요인은 하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배럴당 40달러 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유가의 고공행진은 예사롭지 않다. 일부에서는 조만간 45달러 선을 위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강세를 지속하면 하반기에는 국내 소비자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하반기에 공공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어서 물가불안을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우려된다. 자칫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질 위험성이 적지않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는 아직 느긋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수출이 호황을 지속하고 있고 산업생산이 상승세에 있어 경기침체로 볼 수 없어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있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라는 반박이다. 성장률이 전분기에 비해 2~3번 연속해서 하락하지도 않았으므로 아예 경기침체라는 용어 선택부터 잘 못되었다는 것이다. 굳이 용어사용의 정확성을 교과서대로 따진다면 당국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도체ㆍ자동차ㆍ휴대폰 등 일부 수출 호황 품목 외 대부분의 업종의 산업생산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수출호황 업종도 수입의존도가 높아 내수진작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니 대다수 기업인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차가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 경제의 생명선인 수출마저 둔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수출 호황업종의 상승세가 꺾이고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데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에서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중동정세불안, 중국의 석유소비급증 등 유가상승세는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측면이 적지않다. 유류 내국세 인하 등 단기적 대책과 함께 에너지절약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효율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물가가 불안한 마당에 금리를 더 내릴 필요는 없다. 금리를 더 내린다고 소비나 투자가 늘어날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미래에 대한 불안해소와 기업마인드 진작을 통한 소비 및 투자심리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