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글로벌 비즈니스] 다임러 크라이슬러

세기말을 앞둔 세계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11월 「다임러크라이슬러」라는 공룡자동차회사의 탄생을 목격하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경악했다.고급차의 대명사로 97년 기준 세계 15위(생산 114만대)인 벤츠. 그리고 세계 7위(270만대)인 크라이슬러의 통합은 우량기업이 부실기업을 인수한다는 기존 자동차업계의 M&A 기준을 완전히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벤츠와 크라이슬러는 최우량기업들간에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명되며 세계자동차업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익이 나는 상황에서도 몸집부풀리기를 서둘러야 된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97년말 기준 다임러는 17억8,000만달러의 순익을, 크라이슬러는 28억달러의 순익을 올리던 세계적인 우량기업에 랭크된 상태였다. 규모도 커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합병으로 기록돼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합병 후 단숨에 연간 생산캐퍼 490만대 규모의 세계 5위업체로 뛰어올랐다. 종업원수는 44만1,500여명에 이르고 매출규모는 1,546억1,500만달러, 자산규모는 1,597억달러(98년말 기준)에 이르는 초매머드 기업으로 부상한 상태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또 규모면에서 뿐만 아니라 「고급차(벤츠)+지프, 미니밴 등 대중차(크라이슬러)」가 결합된 최적의 자동차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벤츠와 크라이슬러는 왜 막대한 순익을 남기는 상황에서도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을까. 회사규모를 키워야 산다는 자동차업계 정설때문이다. 덩치가 커지면 시장점유율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다시 수익성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풍부한 수익성 확보를 통해 이에 대항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업체가 다수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이유때문에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6개업체만 남을 것이라는 과점설이 나돌고 있다. 차량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자동차업계의 현실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규제 강화되고 있으며 개발비용은 천문학적 규모에 이르고 있다. 미국 GM과 일본 도요타가 대륙을 뛰어넘어 올 4월부터 대체연료차를 공동개발키로 한 것도 적과 손을 잡아야 되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포드가 스웨덴 볼보의 승용차 부문을 인수하고 프랑스 르노가 일본 닛산에 지분참여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쨌듯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합병에 따른 원가절감 등으로 올해 15억달러, 2001년초에는 약 38억달러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제품력도 강화됐다. 벤츠의 고급차, 크라이슬러의 중소형차·지프형차·미니밴 등 겹치는 차종이 없다보니 최적의 포트폴리오가 구성됐다. 미국에서 벤츠의 시장점유율은 낮았고 유럽에서 크라이슬러의 점유율은 낮았지만 대륙간 통합으로 이 문제도 해소돼 가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을 주도한 벤츠측의 위르겐 슈렘프 회장과 크라이슬러측의 로버트 이튼회장이 공동회장의 합병 후 강력한 변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탄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두 회사가 과연 깜짝 놀랄만한 변신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업체로 부상할 지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다임크라이슬러가 우선 딛고 넘어야할 산은 문화적 차이에 따른 통합문제다. 미국과 독일은 사회풍토가 다르고 두 회사간 지향해온 기업문화차이도 크다. 벤츠는 엔지니어링의 영향력이 강하고 의사결정이 느린데 반해 분석적인 조직으로 평가받는 반면 크라이슬러는 비공식적이며 수익성 지향적이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등 조직간 문화적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게 자동차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륙간 결합에 따라 향후 성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거점이 없다는 점도 극복해야 한다. 자동차역사를 볼 때 자동차회사 간 합병결과가 반드시 좋을 결과를 잉태하지는 않았다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GM은 사브를 인수했지만 사브는 계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포드 역시 영국 재규어를 수익성있는 기업으로 만들기 까지 무려 50억달러를 쏟아부어야 했다고 자동차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승량 기자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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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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