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건설업체에 대한 대출심사 요건을 한층 더 강화하고 나섬에 따라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은 사업을 하기 점점 힘들게 됐다. 이에 따라 지방 중소업체들은 ‘지방사업 전면 중단→수익성 악화→신용도 하락→대출 제약→사업중단’의 악순환에 말려들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금융권이 본격적인 여신 회수에 나설 경우 ㈜신일 이후 지방건설사들의 연쇄부도 시나리오가 조기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대구 지역에 연고를 둔 H건설사 관계자는 “올초부터 금융사들의 대출조건이 까다로워졌는데 ㈜신일 부도로 지역 사업장은 몽골군이 휩쓸고 간 분위기”라며 “하반기 대구 지역 사업을 전면 취소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의 C건설사 고위 임원도 “대구 지역 사업은 올초부터 재검토에 들어갔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대출마저 옥죄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사들이 대출요건을 강화하면 결국 사업성이 좋은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여신이 몰리게 되고 이에 따라 PF 사업을 주도하는 메이저 건설사와 사업 참여가 사실상 어려운 중소업체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N건설사 자금담당 이사는 “국내 PF 대출은 시공사의 연대보증이나 책임준공 보증을 전제로 시행사에 대출을 해주는 것”이라며 “신용도가 높은 대형 시공사들이 참여하는 PF에 여신이 몰리게 되고 이에 따라 중소업체들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교 PF 사업을 준비 중인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판교의 경우 발주처인 토공이 중견업체 참여 의무조항을 포함해 그나마 참여의 기회가 생겼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사업의 경우 PF 규모가 워낙 커 중소업체들은 참여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사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도권이나 유망사업에 대한 진출마저 사실상 봉쇄돼 있는 셈이다. 최근 주공이나 토공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규모 PF사업은 특히 사업추진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설립과정에서 금융사를 재무적투자자로 포함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금확보에 그만큼 유리한 점도 있다. 판교 PF 컨소시엄 참가업체 관계자는 “반면 중소업체에 대한 일반 대출의 경우 보통 사업진행상황을 봐가며 만기를 연장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약정기간이 도래하면 칼같이 여신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분양률이 낮은 대규모 지방사업에 대한 대규모 여신의 만기가 도래하는 경우 추가 부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가 기정사실화됐다”고 말했다. PF 사업용지가 최고가낙찰제를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유망 PF 사업지의 경우 건설사 간의 과당 경쟁으로 땅값이 치솟고 이로 인해 사업성이 악화되는 아이러니가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금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대형 건설사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대출요건을 강화하면서 ‘사업성’ 위주로 대출이 이뤄지는 쪽으로 금융관행이 선진화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사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은행권이 시공사의 지급보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사업성에 대한 분석작업을 보다 면밀하게 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의 PF가 발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