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설익은 집값 안정 정책

“이제 집값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번에는 정말 떨어질까요. 이러다 조금 있으면 오히려 더 오르는 것은 아닐까요.”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던지는 물음이다. 부동산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그들의 의문에 무엇인가 대답해 주어야 하지만 정작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였다. ‘1ㆍ11 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고 일부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는 등 시장은 일단 안정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안정’이라는 표현보다 ‘관망’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전문가들조차 정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 이번 대책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애매모호한 내용으로 국민들이 향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말 헷갈린다. 같은 내용을 두고도 해석이 서로 달라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의문점이 많은 것은 ‘분양가상한제’의 적용 범위다. 정부는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지난해 9월1일 이후 사업승인 신청 지역에 모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 제도로는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사업승인 신청 후 3개월 안에 분양승인을 신청하기 힘들다. 논란이 커지자 17일 건설교통부는 “재개발ㆍ재건축의 특성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을 차등화하겠다”고 서둘러 밝혔다. 정부조차 정책이 미칠 파장에 대해 검토가 미흡했다는 증거다. 분양가상한제에 적용되는 택지비를 무조건 감정평가금액으로 정한 것도 뒷말이 무성하다. 명확하지 않은 땅값은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맞지만 최고가 낙찰제로 시세보다 비싸게 땅을 구입한 것이 분명한 업체들은 어떻게든 구제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약가점제 조기 도입도 파장을 외면한 채 너무 서둘렀다는 지적이다. 10년 넘게 청약통장을 갖고 있던 한 네티즌은 가점제 조기 실시로 불이익이 예상되자 “통장을 찢어버리겠다”는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도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시장이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욕만 앞선 채 섣불리 정책을 내놓는다면 시장의 불안과 불신은 여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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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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