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친환경정책 덫에 걸린 시멘트 업계

국가 기간산업으로 경제 성장기에 우리나라의 중추산업의 하나였던 시멘트 산업이 고사 위기에 내몰려 있다.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은 생산능력 세계 7위, 수출 세계 6위에 이를 정도로 성장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정도였지만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위축된 건설경기는 업계 불황에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는 생산능력 6,200만톤을 한참 밑도는 4,460만톤 수준에 머무를 정도로 시장이 크게 줄었다.

가파르게 상승한 유연탄 가격과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은 시멘트 업체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업계는 수년간 인력 조정, 비용 절감, 신사업 진출 등을 통해 연명해왔으나 경기 회복의 기미는 보이질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오는 2015년부터 본격 실시될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멘트 회사들의 목을 조여올 것으로 우려된다. 시멘트 업종은 발전, 철강, 석유화학에 이어 4번째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업종별 부가가치 정도나 수출 비중에 따라 무상할당 업종으로 지정될 수 있지만 현재로는 시멘트 업종이 기준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년만 해도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올해의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데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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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5년부터 3년간은 배출권을 무상할당한 후 유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방침대로면 2018년부터 시멘트 업계의 부담은 연간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를 반대할 명분은 없다. 다만 시멘트 업계가 처한 상황과 국제적 형평성은 고려돼야 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시멘트 업종의 특성을 감안해 100% 무상할당 업종으로 지정한 상태다. EU 수준은 아니더라도 시기나 유상할당 비중의 조정만이라도 있다면 업계는 더 바랄 것이 없다.

한때 국가 기반을 닦기 위해 전방으로 동원됐던 시멘트 회사들이 ‘친환경’이라는 덫에 걸려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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