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리 1%대… 금융권 새 풍속도] "예적금은 애물단지"… 투자·연금상품으로 손님 모시기 경쟁

손실 적은 ELS·稅테크 가능한 IRP로 부동자금 유치<br>증권사는 "은행이탈고객 잡자" RP 등 특판상품 주력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은행 창구에서도 예적금 상품이 아닌 주가연계증권 등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우선 권유하는 등 금융권 영업에 새로운 풍속도가 전개되고 있다. /서울경제DB

"금리가 떨어지면서 고객들에게 권유할 수 있는 상품은 이제 예적금이 아닌 주가연계증권(ELS)밖에 없습니다. KB국민은행이 근 10년간 손실을 본 적이 없다는 근거로 권유를 많이 해드리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A지점 부지점장)

"과거에는 펀드를 많이 권유했지만 불완전판매 이슈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습니다. 대신 최근에는 개인퇴직연금계좌(IRP) 가입을 권하고 있습니다. 금리인하로 세(稅)테크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많아 절세혜택이 있는 IRP를 알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우리은행 B지점 계장)


기준금리 1% 시대를 맞아 은행을 비롯한 증권·저축은행 등 범금융권 창구의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예적금·보험·펀드 중심의 영업을 하던 은행이 ELS·IRP 등 투자 상품, 연금 상품을 권유하고 있다. 기존 상품으로는 자금유치는 고사하고 고객이탈까지 우려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한편 증권 업계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앞세우며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자산운용 역시 공격적인 패턴으로 방향을 틀어 수익률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800조원으로 추산되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아직 이동방향을 잡지 못하고 단기상품에 쌓여 있는 만큼 이 같은 각 금융업종의 유인책은 한동안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적금 안 파는 은행 창구 ELS·IRP 판매 돌풍=17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 안팎으로 금리가 떨어진 예적금에 흥미를 잃은 고객을 대상으로 중수익·중위험 상품인 ELS를 적극 판매해 이달 들어 ELS 누적 수탁금액 10조원을 달성했다. 신한은행 역시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4,966억원의 ELS 누적 수탁액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3,224억원) 대비 약 54% 급증한 수치다.

외환은행은 ELS를 신탁계정에 담아 운용하는 주가연계신탁(ELT)을 적극 판매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올해 들어 이달 16일 현재 4,871억원의 누적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3월 판매액 총 3,835억원을 이미 27% 남짓 넘어선 숫자다.


올해부터 추가로 300만원까지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IRP 상품에도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다. 1월 말 기준 개인형 IRP 적립금 현황(운용관리)을 보면 국민은행이 1조5,342억원으로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다. 이 밖에 신한·우리·하나은행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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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적금 상품에 흥미를 잃은 고객들에게 세테크 상품으로 IRP를 적극 소개하고 있다"면서 "연초에 연말정산 폭탄을 맞은 고객들이 먼저 IRP 상품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 "은행 이탈 고객 잡아"=증권사들은 은행 이탈 고객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ELS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앞세우고 향후 시장의 회복세를 겨냥한 공격적인 투자 상품도 내놓고 있다. 또 보수적인 금융소비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안정성은 높으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특판 상품들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매주 100억원 한도로 특판상품인 '특별한RP'를 판매하는데 월요일 상품 발매일마다 '매진 사례'를 반복하고 있다. 이 상품은 우량채권을 담보로 편입해 안정성이 높은데다 세전 3%(만기 3개월)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KDB대우증권은 이와 함께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3,500만원 이하 개인사업자이면 가입이 가능한 연 수익률 4%의 'KDB대우 재형저축RP'로도 고객 공략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이 1~2월 두 차례 모집했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연계 파생결합사채(DLB)에는 4,36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3개월 만기인 이 특판 상품은 당시 2.4~2.5%의 수익률을 앞세웠다. NH투자증권 측은 이 같은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상품개발에 필요한 기초자산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중국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도 눈길을 끈다. 하나대투증권은 중국 기업이 발행한 달러표시채권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달러표시중국채권'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만기수익률 4.1%로 신용등급 'BBB(국제등급 기준)' 이상인 채권에 주로 투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노릴 만하다는 설명이다.

코스피가 이날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 회복세에 따라 앞으로 2·4분기 무렵부터는 이른바 '경기민감주'들을 중심으로 한 국내주식형펀드와 대부 업체 등과의 신용연계 상품과 같은 공격적 투자 상품도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H투자증권 측은 "중국·유럽·인도·일본 등 4개 해외증시를 묶은 해외주식형펀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수시입출금식 계좌의 대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대우·현대·미래에셋 등은 자동이체나 연계 카드 사용 등의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일정 한도액에 대해 한 해 최대 5.5%의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해 직장인들을 공략하고 있다.

/박준호·신무경기자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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