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내놓은 바이코리아펀드(BUY KOREA FUND)가 연일 기록행진을 벌이고 있다. 판매를 시작한 지난 2일 하루에만 7,033억원이 몰리는 성황을 이룬데 이어 15일 현재 9,800억원을 넘어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이처럼 큰 인기를 끈 것은 요즘 단순 저축상품의 금리가 낮은데다 증시가 반등세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대가 벌인 대대적인 홍보도 한몫 했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평가다.
증권업계는 그동안 업계 자율결의로 광고를 자제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동원증권이 처음 광고를 시작했으며 이번에 현대증권이 TV, 신문등을 통해 대규모 광고를 내보냈다. 현대는 올 1·2월 두달동안 모두 50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했다. 평소 한해 광고비가 30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큰 모험을 한 것이다.
물량도 컸지만 광고전략도 독특했다. 특히 신문광고는 기존에 나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을 취해 주목을 끌었다. 현대는 지난달 25일 처음 광고를 내면서 신문 1면에 5단, 마지막 면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 그동안 마주보는 2개의 면에 펼쳐내는 스프레드광고등의 형식은 있었지만 이처럼 같은 내용의 광고를 따로 떼어 다른 면에 싣는 경우는 없었다.
내용도 차별화했다. 1면에는 「국가대표펀드 탄생」이라는 카피로 바이코리아펀드 자체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마지막 면에는 「바이코리와펀드와 함꼐 신화의 주인공이 되십시오」라는 카피와 함께 가입해야 하는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관계자는 『분명 광고지만 이를 통해 고객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며 『수치로는 나오지 않지만 광고를 보고 가입을 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사실 이 광고는 배울 점도 많다. 미국 다우지수와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를 비교하며 지금부터 대세상승기임을 주장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87년의 블랙먼데이를 겪고 난 다음 지속적으로 올라 이제 1만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은 지난 97년말의 IMF로 조정기를 거쳐 이제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는 이에 대한 근거로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재무구조의 개선, 저금리와 부동산 안정세, IMF에 따른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저평가를 들고 있다.
현대는 또 미국의 대표적인 펀드인 마젤란펀드를 예로 들며 은행예금 대신 펀드상품이 큰 수익을 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문제는 있다. 우선 주가상승은 누구도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상황은 모든 것이 다른데도 다우지수와 종합주가지수를 같은 모습으로 그려놓은 것은 적절한 비교라고 할 수 없다. 기업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점도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 부채비율 200% 이하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기업은 몇개 되지 않는다. 부동산 안정세 부분도 실제 요즘 시세가 꿈틀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이 광고가 한국 경제에 대해 한번 정리했다는 의미는 충분하다. 결론은 이를 참고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의 판단이라는 점이다. 광고 마지막에 씌어있는 「원본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내용은 몇번이고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한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