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안 갚거나 세금을 내지 않은 채 외국으로 나가는 ‘먹튀 이민’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관련법규 미비 등으로 인해 국세청이나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관리 중인 채무자 가운데 지난 8월 말 현재 대출금을 갚지 않고 해외이민을 떠난 사람은 총 1,950명, 채무액은 2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705명, 183억원) 보다 245명, 55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1990년부터 2004년 2월까지 금융기관에 빚을 진 채 떠난 이민자가 6,931명(채무액 8,039억원)에 비춰 현재까지 최소 1만여명이 ‘먹튀 이민’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캠코는 이들 이민자들이 국내에 보유 중이거나 은닉한 재산을 조사해 가압류 등 법적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회수실적이 지난 5년 동안 32억원에 그치고 있다. 현행 국외이주 관련 법규에 외교통상부에 해외이주를 신고한 뒤 1년 이내에 출국 하는 규정만 있고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개인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없게 돼 있다. 세금을 체납한 채 해외로 나간 이민자도 지난 98년부터 지난 4월까지 3,800명에 달하고 체납금액은 1,030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에는 무려 47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이민자도 있었으며 1억원 이상 고액 체납자만 23명에 달했다. 이들의 체납액 구성은 상속ㆍ증여세가 119억원으로 전체 체납세금의 49%를 차지했고 이어 ▦법인세 70억원(29%) ▦부가세 39억원(16.2%) 등이었다. 문제는 현행 국제조세법상 ‘조세징수의 위탁’제도를 통해 미국ㆍ일본 등과는 조약을 통해 체납된 세금을 위탁 징수할 수 있지만 국세청은 단 한번도 위탁징수협조를 구한 적이 없다는 데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은 “위탁징수를 할 수 있도록 조약이 체결된 국가에 대해서는 이민 체납자에 대한 위탁징수를 추진해야 한다”며 “위탁징수 조약이 포함된 나라도 극소수에 불과해 향후 외국과의 조세조약 체결이나 수정 시 이러한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