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29일] 유턴하는 MB

"노무현 정권이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했다면 이명박 정권은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을 하다가 아예 유턴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한나라당의 법인세 인하 철회 소동을 화제에 올린 A박사는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이 극히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당초 약속했던 법인세 인하를 2년 유예한 것도 모자라 아예 없던 일로 만들려 하는 데 대해 재계의 한 고위임원은 "왜 뽑았는지 모르겠다"며 심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상생협력 강요를 시작으로 고용확대, 서민대출로 압박하다가 검찰의 대기업 사정까지 나온 마당에 법인세 인하도 백지화하겠다니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다. MB정부의 역주행이 도를 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신 '서민의 표'가 국정 지표가 된 듯하다. 친기업 환경이 경제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는 초심은 간데 없다. 기업을 희생해서라도 민심을 얻겠다는 얄팍한 수만 읽힌다. 법인세 인하는 중요하다. 중국ㆍ대만ㆍ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이 친기업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MB정부의 변심과 악화되고 있는 기업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상당수 언론도 종합편성사업자(종편), 즉 방송 채널을 얻을 목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일방적인 찬사만 보낼 뿐 제대로 된 비판은 외면하고 있다. 과도한 정부 개입을 견제하고 바람직한 기업정책을 제시해야 할 '재계의 본산'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정부 눈치만 보며 납작 엎드려 있다. 재계에서 '전경련의 말은 곧 BH(청와대)의 말, '청와대 2중대'라는 말마저 도는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자 MB정부의 포퓰리즘과 미흡한 규제개혁, 반기업 정서 조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기업이 커야 나라가 큰다'는 서울경제의 시리즈가 나가자 독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고생이 많다"는 격려부터 "속이 다 후련하다" "계속 노력해달라"는 당부까지 이어졌다. 모두의 눈에 MB정부의 유턴이 보인다. 그러나 저마다 주판알을 튕기느라 말들이 없을 뿐이다. 작금의 기업정책이 옳아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MB정부는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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