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초점] '금융 빅뱅' 시작된다

재정경제부가 19일 발표한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방안은 금융산업의 `빅뱅'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은행, 보험 2강과 함께 증권, 선물, 자산운용, 신탁등이 혼재돼 있는 현재의 금융산업이 은행, 보험, 금융투자회사 등 3대 축으로 재편되고 금융투자상품에도 포괄주의가 도입돼 다양한 파생상품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자본시장통합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증권업은 매매, 중개, 자산운용,투자자문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모든 영업을 하는 대규모 투자은행(IB)과 특정 분야의 영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소규모 회사들로 이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외국 IB와의 경쟁, 덩치 키우기에 따른 인수합병(M&A) 등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어 상당한 `출혈'도 우려되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자본시장통합법의 핵심은 자유로운 시장환경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금융투자회사가나타나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의미를 부였다. ◇금융, 은행.보험.금투사 3대 축으로 재편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은행과 보험 중심이었던 금융산업이 은행, 보험, 금융투자회사 등 3대 축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까지 자본시장 관련 영업은 증권사, 선물사, 자산운용사 등이 매매, 중개,자산운용, 투자자문 등을 각각 나눠 했기 때문에 자본시장 금융회사들의 규모는 은행과 보험보다 왜소했다. 자본시장 금융회사 중 그나마 규모가 크다는 증권사의 경우 2004년 말 기준으로자기자본이 14조원에 불과해 은행(39조원)과 보험(21조원)을 따라가지 못한다. 또 우리나라 5대 증권회사의 총자산(이하 2000~2004년 평균)은 4조원으로 미국5대 증권사의 0.8%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영업 구역 간 장벽을 허무는 금융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한 회사가 매매,중개, 자산운용, 투자자문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모든 영업을 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가 나타나고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면 금융투자회사는 금융산업의새로운 중심으로 자리잡게 된다. 현재 은행은 건전성 기준이 강화되는 신바젤협약을 앞두고 위험한 대출을 기피하고 있어 중소기업이나 생명기술(BT) 등 신산업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 보험사도 위험을 헤지하면서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대상을 찾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는 포괄주의로 허용되는 다양한 상품 개발과 판매를 통해 이러한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업금융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금융투자회사가 금융결제원의 소액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입.출. 송금이 자유로운 신상품까지 개발하면 은행의 개인금융 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 예고 `빅뱅' 태풍의 눈은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증권 관련 업이다. 현재 증권 관련 업은 증권, 선물, 자산운용 등으로 영업 구역 간 벽을 두고 겸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어 금융회사들의 규모가 크지 않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금융시장의 특성상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영업 구역 간 벽이 허물어지면 대형 외국 IB들과의 경쟁에 필요한 `덩치 키우기'를 위해 M&A가 연이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이 있는 금융회사는 경쟁력은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금융회사들을 합병해 매매, 중개, 자산운용, 투자자문, 투자일임, 재산보관관리 등 금융시장의 모든영업을 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경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50여개 증권사와 40여개 자산운용사, 10여개 선물회사들이 인수나 합병을 통해 골드만삭스, 메릴린치와 같은 대형 IB를 탄생시킬 수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10개 정도의 증권회사가 금융투자회사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국내 자본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앞으로 4~5개 금융투자회사가 경합할 것으로예상된다. 물론 소규모로 매매나 중개, 자산운용 등 특정 분야에만 전문화된 금융회사들도생겨날 수 있다. ◇파생상품시장 획기적 발전 금융상품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뀌게 돼 금융투자상품도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투자상품은 주식, 채권, 선물과 유가증권, 통화, 신용위험 등 법령에명시된 기초자산만을 토대로 한 파생상품이 전부였다. 하지만 포괄주의가 도입되면 실업률 등 거시경제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권, 날씨 등 자연과 환경 등 상상이 가능한 모든 대상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 선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내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같은 수준의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장외파생상품의 거래 규모는 다른 나라의 14% 정도에 그치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이 우리와 동일한 GDP 규모의 국가 만큼만 발전한다고 가정해도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20억달러에 그치는 장외파생상품의 거래 규모는 147억달러로 현재의 7.3배정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 기대 효과와 후폭풍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산업의 제자리 찾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은 산업의 핏줄로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은행 중심의 우리나라금융산업은 건전성에만 치중, 자금 중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양한 금융투자상품과 헤지 수단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가 생겨나면 신용도가 낮거나 사업 초기 위험 부담으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었던 중소기업이나 BT 등 신산업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방과 경쟁을 통한 금융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은 금융산업 자체를 경제성장을이끌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선진 금융기법과 상품을 보유한 외국의 대형 IB와의 경쟁을의미하기 때문에 업종 간 장벽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성장해온 국내 금융회사는 시행초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국내 금융회사 간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도 발생할 수 있어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또 하나의 금융투자회사가 여러 형태의 영업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내부 견제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막을 수 있는금융감독 기구의 능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기 까지 법안 마련, 국회 입법 등을 거쳐야 하고 최소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회사와감독 기관이 준비할 시간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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