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로에 선 한미FTA] <중> 재협상이 카드일까

"협정문 수술은 폐기와 같다" 제3 해법 찾을듯<br>"불이익 시정" 한국측 재협상론은 현실성 낮고<br>美요구 부분만 들어주면 균형깨져 국익 손실<br>車등 '협정문 밖' 에서 美에 일부 협조도 방법


미국 측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면서 우리도 재협상에 적극 나서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422일의 진통 끝에 탄생한 한미 FTA 협정문의 수술에 나서는 것은 곧 FTA를 폐기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면적 재협상을 주장하는 인사들도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는 편이다. 정부는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서 재협상의 효과를 낼 제3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녹지 않다. FTA와 상관없이 미측 자동차업계의 요구 1~2가지를 수용하는 것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지만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신중한 모습이다. ◇재협상은 어려워=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적극적으로 응하자는 주장은 민주당 일부와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비롯한 한미 FTA 반대 진영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반대 측에서 재협상을 하자는 것은 한미 FTA 타결 내용이 우리 측에 불리한 것이 많으니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측이 중요시하는 투자자 국가소송제도를 손보고 쇠고기 등 축산물시장 개방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FTA 반대그룹도 전면적 재협상 요구를 미측이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알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를 침몰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인 반대진영의 재협상 주장은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미측이 요구하는 부분만 가지고 추가 협상이든, 재협상이든 할 처지가 아니다. 정부도 국내 여론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양국이 17개 분과에 걸쳐 이익의 균형을 맞춰 협정문을 만든 만큼 자동차에서 한쪽이 추가 양보를 한다면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고 국익을 손상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핵심관계자는 “협정문을 수술하려고 하면 한미 FTA는 수술실에서 결코 살아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협상 효과 낼 방안 있나=미측의 재협상 요구에 정부의 대응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은 요구 자체가 부당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외교의 기본인 ‘주고받기’가 없으니 한쪽(미국)만 이득을 보고 다른 한쪽(한국)은 빈손이 되는 것이다. 미측이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맞아 재협상 요구에서 꿈쩍하지 않으면 정부는 한미 FTA를 죽이든, 미측 요구에 응하든, 제3의 해법을 찾든 해야 한다. 재협상은 결국 한미 FTA를 죽이는 길이기 때문에 정부는 제3의 해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 한미 FTA 협정문을 그대로 놓고, 즉 FTA를 벗어나 미측 자동차 산업에 선물을 주는 방안이다. FTA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미 FTA 밖에서 미측 자동차업계의 요구 1~2가지를 들어주는 것이 재협상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라며 “다만 FTA 반대진영에서 ‘사실상 재협상’과 연계하면 지난 6월 쇠고기 사태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아예 한미 FTA와 상관없는 분야에서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 협조하면서 재협상 요구를 수그러들게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협상 요구 자체가 비공식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미 간 협의과정에서 암묵적으로 ‘바터(교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를 한미 FTA를 둘러싼 또 다른 음모설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반대진영은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중요시하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의 재파병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측의 재협상 요구를 물리칠 마땅한 툴(수단)이 없는 것은 맞지만 정부가 투명하고 당당하게 미측에 대응해야 예상치 않은 낭패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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