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맥킨지 정부출연연 경영실사 "고객지향성 강화하라"

「고객지향성을 강화하라.」미국의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MCKINSEY)가 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자력연구소 등 한국의 내로라 하는 6개 이공계 정부출연연구소들에 대한 정밀 경영진단을 실시한 후 내린 충고다.실제로 이번 경영진단 결과 이공계 출연(연)은 최종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계에 대한 고객지향성이 대단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개 출연(연)의 예산 중 산업계 쪽에서의 자금조달 비중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난해 6개 출연(연)의 산업계 쪽 자금조달 비중은 5%. 즉 전체수입 중 산업계의 수탁과제를 해결해 벌어들인 수입이 전체의 5%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산업계의 비중이 낮은 것은 산업계가 출연(연)의 기술수준이나 연구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고 연구과제를 수탁하지 않기 때문. 매킨지의 인터뷰에 응한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연(연)의 연구원들은 비즈니스 감각이 없고 기술이전에 대해서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 산업계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대응이 느리다』고 답했다. 출연(연)의 고객지향성이 부족한 것은 연구원들의 잘못된 인식에서도 비롯된다. 많은 연구원들은 산업계 관련 연구비중이 늘어나면 다음해 정부의 예산 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 아예 마케팅 전담기구나 부서를 설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의 출연(연)은 연구영역을 설정할 때 연구개발 환경이나 고객 등 중요한 요소에 대한 고려없이 「나 홀로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됐다. 특히 연구과제의 선정·평가과정에 산업계 등 외부전문가를 거의 참여시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력(연)·항공우주(연)·기계(연)·생명공학(연)의 경우 연구과제선정위원회에 단 한명의 외부인사도 없다. 또한 생명공학연구소는 평가위원회에 외부인사가 없으며 과학기술연구원과 항공우주연구소는 각각 두 명과 네 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연구과제 선정·평가기준이 불명확하고 중간평가가 느슨해 일단 연구과제로 선정되면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제로」에 가까운 실정이다. NASA·프라운호퍼 연구소·이화학연구소 등 세계적인 정부연구소의 연구과제 중단 비율이 45%에 이르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연구원에 대한 엄격한 평가 및 평가결과의 피드백이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즉 객관적이고 분명한 평가기준이 없어 능력보다는 연공서열이나 인간관계가 우선되고 있으며, 특히 평가에 따른 최고와 최저등급간의 성과급 차이가 총액의 10%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퇴출」이란 개념이 없어 평균이직률이 NASA의 7%,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16%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3.2%(97년 기준)에 불과하다. 매킨지는 이번 경영진단을 통해 출연(연)은 단기적으로 고객지향성을 목표로 설정, 산업계 수요에 맞추어 시장을 연계하는 연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기적으로는 기업가 정신 고취, 과학적 아이디어의 산업화 등 출연(연)의 연구문화를 개선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이윤추구를 지향하는 이윤센터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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