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의 대표 CEO] 이지송 LH 사장

'이지송式 개혁'… 방만 공기업 오명 벗기다<br>30여년 건설현장 누비며 9개 댐건설 참여 '땜쟁이'

이지송(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LH 부산지역본부의 공사 현장을 찾아 공사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LH

이지송(71ㆍ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업계 원로이자 인간적인 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최고경영자(CEO) 중 한명으로 통한다. 공직 생활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민간 기업 최고 경영자를 거쳐 대학교 총장, 국내 최대 토지ㆍ주택 공기업의 수장까지 다양한 이력을 보유했다. 1965년 건설부(현 국토해양부) 한강유역 합동조사단에서의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시장은 조사단이 1967년 설립된 수자원 공사로 흡수되면서 10년간 수자원공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 사장은 30여 년 간 국내와 해외 건설 현장 곳곳을 누비며 살았다. 특히 안동댐, 대청댐, 단양댐, 진주 남강댕, 소양강댐, 말레이시아 트랭가누댐 등 모두 9개의 댐 공사에 참여해 업계에서는 '댐쟁이'로 통했다. 중동특수 시절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서만 무려 11년간 근무했다. 이같은 업적이 인정돼 2006년에는 서울대 공대가 한국공학한림원과 함께 뽑은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1999년 이 사장은 부사장 직위를 마지막으로 현대건설을 떠나 경인운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0년부터는 경복대 토목설계과 교수로 강단에 선다. 그러나 이사장은 2003년 현대건설을 다시 건설 명가로 되돌리기 위해 대학 강단을 떠났다. 이 사장이 현대건설을 재건한 일화는 유명하다.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했던 때는 외환위기 이후 회사가 파산 직전까지 이른 때였다. 이 사장은 당시 취임 공약으로 밝혔던 경영 정상화, 7,000여억 원의 이라크 미수금 해결, 충남 서산 개발 등을 3년 만에 모두 이뤄내는 쾌거를 이룬다. 이후 현대건설 사장에서 물러나 경복대 총장으로 3년간 재직하던 이 사장은 2009년 8월 MB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상징인 LH 사장으로 옮기면서 다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민간 기업 CEO 출신의 혁신적인 공기업 경영은 연일 화제가 됐다. 이 사장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인사 혁신이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화학적 통합을 위해 하나의 부서에 두 공사 직원들을 섞어 배치했고, 간부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도 단행했다. 본사 인원의 25%인 500여명은 지역 현장으로 내려 보냈다. 너무나 갑작스런 변화에 노조나 직원들이 반발이 있을 법도 했지만 통합의 당위성을 찾기 위한 이 사장의 진심이 통했기 때문에 큰 갈등 없이 개혁이 이뤄졌다. LH의 가장 큰 문제인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시작했다. 전국 138개 신규사업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정치권과 지자체 반발 속에서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국회의원들에게 읍소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사죄하는 70대 고령 이 사장의 모습은 공직자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특히 회의 시간에는 김밥이나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고, 주말을 잊고 일하는 공기업 사장의 모습은 국민들이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 같은 이 사장의 노력에 힘입어 LH는 방만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He is ▦1940년 충남 보령 ▦경동고 ▦한양대 토목공학과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장 ▦현대건설 영업본부장 ▦현대건설 부사장 ▦경인운하 사장 ▦경복대학교 토목설계과 교수 ▦현대건설 사장 ▦경복대학교 총장
업무는 불호령… 일상에선 친근한 옆집 할아버지

●李사장의 소탈경영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소탈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통한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수시로 불호령을 내리지만 일상에서는 옆집 할아버지 같은 친근함이 묻어난다. 슬하에 딸만 둘을 두고 있는 이 사장은 여직원들에게 친 딸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는 소탈한 성격이다. 최근에는 얼굴에 뾰루지가 난 LH의 한 여직원이 복도에서 이 사장을 마주쳤다가 추궁(?)을 당했던 일화가 LH 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 사장이 마주친 여직원에게 얼굴에 뾰루지가 난 원인을 묻자 여직원은 "최근 업무가 바빠 야근과 주말근무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사장은 사장실에 돌아가 개인카드를 꺼내 현금을 찾아올 것을 비서실 직원에게 지시했고, 이 돈은 봉투로 넣어져 그 여직원에게 전달됐다. 겉봉투에는 발신인 이름도 없이 단지 '피부 관리'라는 네 글자만 단출하게 쓰여져 있었다. 금일봉을 전해 받은 여직원이 이 사장을 찾아가 고마움을 표시하자 이 사장은 "난 돈을 준일이 없다"고 시치미를 뗐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일화는 이 사장과 여직원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직원들 사이에도 알려졌다. 이 사장은 "최근 들어 LH에도 여직원들이 입사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만큼 LH를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사내 보육시설 개선, 여직원 휴게실 설치 등 다양한 복지 대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 천막에서 이 사장이 하룻밤을 노숙한 일화도 있었다. 당시 파주 운정 3지구 주민들이 즉각적인 토지 보상을 요구하며 LH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하자 이 사장도 주변에 천막을 치고 주민들에게 찾아 LH 사정을 얘기하고, 농성 주민들의 고통을 나누자는 차원에서 하룻밤을 노숙했다. 이 사장은 수시로 "LH의 사업 조정 때문에 고통 받는 주민들이 많아 가슴이 아프다"며 "고통을 최대한 분담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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