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전 시중은행이 취급하기 시작한 주택청약상품을 놓고 각 은행들이 사활을 건 유치경쟁을 벌이면서 직원들에게 목표금액을 할당하는 등의 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대출을 받아 친구나 친지 명의로 청약상품에 가입하는 등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실적채우기를 하는데다 은행들은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로 고객을 유혹하면서 청약예금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아파트 청약상품의 가입유치가 앞으로 있을2차 금융구조조정의 판도를 좌우한다고 보고 목표액 할당 등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A은행의 경우 일선 점포직원들을 대상으로 1인당 1천500만원짜리 청약예금을 10계좌 이상 판매하라는 지시를 해놓고 있으며 B은행은 1인당 1억원의 가입금액을 할당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또 고객에 대해 가입금액 이상의 대출을 해주고 있어 할당을 받은직원들이 할 수 없이 자기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남의 이름을 빌어 가입을 하는 실정이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개인별, 지점별 가입실적이 매일 고시되는데다 심한 지점의 경우 지점장이 직접 실적을 챙겨 구조조정을 앞두고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할당액을 채울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청약상품의 금리가 높다보니 고객들도 아파트 청약이라는 고유목적 보다는여유 돈을 예금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 금융계 관계자는 "정기예.적금보다 금리가 0.5~1%포인트 가량 높은데다 대출서비스와 각종 사은행사도 있어 아파트 청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면서 "이제 청약예.부금은 부동산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금융재테크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기자 SATW@YONHAPNEWS.CO.KR입력시간 2000/03/30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