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상과 수집의 뒤안길]'가짜 그림' 공포에서 벗어나려면미술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곤혹스런 부분이 바로 가짜와의 만남이다. 그저 취미생활로 몇백만원짜리 그림을 샀는데, 재수없이 가짜였다면 가세를 흔들 정도로 큰 피해는 보지 않겠지만, 몇 억원을 들여 미술품을 구입했을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사실 가짜 미술품을 제작 판매하는 것처럼 큰 이익을 남기는 장사도 없다.
가짜 미술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언제나 있었다. 대원군의 난 그림은 지금도 인기도 좋은데, 대원군이 살아 있을 때도 시중에는 가짜들이 많이 돌아다녔다고 한다.
몇 년 전 중국에서는 '중국 고금서화 진위전'이 열릴 정도로 시대를 초월해서 가짜들이 진품과 함께 소장자들의 품을 파고들었다.
호암갤러리는 지난 1997년 이상범전을 열 때 가짜파문이 휘말린 작품을 자진 철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짜 그림 파동은 주기적으로 발생해왔는데, 천경자의 '미인도'의 경우 작가가 가짜라고 주장했는데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진품이라고 고집해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작가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가짜 그림 소동은 진위 파악이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사실 어느 경우에는 차라리 가짜가 더 좋다는 평이 나올 정도이다.
미술품 수집가들은 이 같은 소동을 지켜보면서 몇가지 배울 점이 있다. 첫손에 꼽히는 미술관 조차 가짜 그림 소동에서 예외가 될 수 없으니, 모름지기 미술품을 수집하려면 스스로가 전문가이상 가는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작품세계와 정신을 사랑해야하며 연구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가짜가 진짜보다 더 잘 그려진 경우를 보면서 미술품이란 단순히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배울 수 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이 곧 대가의 반열에 들 수 있는 기준이 아니다. 또 무엇을 근거로 그림을 잘 그렸다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힘들다.
다시말해 하나의 미술품 또는 작가가 미술사에 기록되는 것은 '독창성'에 있다는 점이다. 화랑을 돌아다니면서 작품을 구입할 때는 그 작가의 독창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또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식견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용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