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공기업 경영평가시스템은 세계 경영학계에서도 알아 줄 정도로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다는 말을 경영학자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오랫동안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성 때문에 비판받아 온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아닌가 싶다. 공개모집을 통해 사장을 선임하고 매년 경영계약을 체결할 뿐 아니라 정부에서는 인건비등 주요 항목에 대한 예산편성 지침을 내려보내는 등 공기업경영을 빈틈없이 챙기고 감독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기업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매년 한번씩 하는 경영실적 평가이다. 학자와 회계사등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평가단의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라 공기업에 점수와 등수가 매겨지고 성과급을 비롯한 급여등에서 차별을 받게된다.
며칠전 발표된 지난해 13개 정부투자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수자원공사가 1위를 하고 석탄공사가 13위로 연속 꼴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과 사장의 명예와 보수가 걸렸다는 점에서 각 기관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경쟁하다보면 순위가 바뀔만도 2년 연속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석공의 사정이 궁금해졌다. 그러나 경영평가 내용을 보면 다소 뜻밖이다. 석공은 기관 평가부문의 경우 계량부문에서 6.0점, 비계량부문에서 1.25점씩 상승해 점수 상승률면에서 전체 13개 공기업중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사장 평가에서도 원가절가등 계량부분에서 지난해보다 1.9점, 경영혁신등을 포함하는 비계량부문에서는5.75점이 높아져 점수상승률로는 전제 공기업중 1위를 차지했다.. 사양길의 석탄산업 자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감안할 경우 괄목할만한 성과로 보아도 무리는 없는 실적이다. 그런데도 석공은 기관평가에서 꼴찌, 사장 평가에도 12위라는 저조한 평가를 면치 못했다.
석공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면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도 꼴찌를 면치 못한 것은 각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는 상대평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본적으로 석탄가격이 생산원가보다 낮은 석탄산업의 특성과 누적된 적자와 부채등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아무리 경영의 귀재라 하더라도 석공이 흑자를 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다른 기업들과는 석공은 석탄산업화리화정책에 따라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중요한 경영목표로 설정돼 있다. 문제는 고정투자비 비중이 높고 괸리비가 많이 들어가는 탄광의 특성상 생산량을 줄이면 평균생산비는 높아지고 그만큼 생산효율성은 떨어질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경영혁신을 잘해도 기본적으로 사업성과 수익성이 좋은 다른 공기업들과의 점수경쟁, 등수경쟁에서는 항상 불리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상대평가에 의한 줄세우기식의 평가제에서는 각자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경영실적을 올려도 꼴찌는 나오게 마련이다. 상대평가제가 나름대로 공기업의 관리를 위한 유효한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석탄공사의 예에서 보듯이 절대적으로 경영효율이 크게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체가 안고 구조적인 문제로 만년 꼴찌라는 딱지를 붙일 경우 사기저하등으로 경영효율성 향상에 되레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구조조정을 할만큼 한 석공은 지난해 사무실임대비용을 아끼기 위해 본사 사무실을 저탄장으로 옮기는 등 마른수건도 짜는 식의 비용절감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공기업들과는 달리 대졸 초임수준도 안되는 저임속에 지하 수키로미터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수천명의 광부들과 직원들이 경영평가 수검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는 노력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있는 듯 하다.
석공 케이스를 보면 정교한 모델에 의한 기계적인 평가도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유능한 경영자를 선임한 다음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충분히 준 다음 책임과 보상을 철저하게 집행하는 유연한 관리 방식이 공기업 경영효율성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논설위원(經營博) sr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