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어디까지 치솟을까`
지난 20일 유연한 환율체제를 촉구하는 서방 선진 7개국(G7) 공동 성명 발표 이후 갈수록 `엔 강세-약 달러`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2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3개월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는 등 G7 합의 이후 달러화에 대해 2.89%나 급상승했다.
뉴욕시장에서 달러 당 110엔대까지 급등했던 엔화는 3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기대감이 확산되며 다시 111엔대로 떨어졌지만 시장의 전반적 분위기는 지속적인 엔화 강세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루머에 요동치는 국제 외환시장=국제 외환시장에서는 29일 미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강 달러`정책 공식 포기를 선언할 것이라느니, 올해 말 엔화 대비 달러 가치가 100엔대를 밑돌 것이라는 등 온갖 루머가 난무하며 하루 사이에 엔/달러 환율이 달러 당 2엔 가까이 요동쳤다.
외환 시장은 지금 달러 약세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달러 매도`를 위한 명분을 찾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29일 뉴욕 시장에서 진원지도 없이 미국이 강 달러 정책을 공식 포기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달러화는 110엔대로 수직 하락하며 33개월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고`시대 본격 진입인가=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강한 달러`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29일 달러화가 급락하자 미 당국이 강 달러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G-7 합의를 계기로 사실상 달러 약세(엔 강세) 기조를 유도 내지 암묵적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은 대놓고 강 달러 정책 포기를 대내외적으로 공식 선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급격한 달러화 하락은 해외 자본의 미 증시 이탈로 이어져 금리 폭등 등 국내 금융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겉으로는 강 달러 정책을 공언하면서도 점진적인 약 달러(엔 강세)를 용인할 것이란 게 지배적 견해다.
◇올 연말 최고 100엔대 진입 전망=일부 외환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의 엔화 상승 속도를 감안할 때 연말까지 100엔대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엔화는 지난 8월 중순 120엔대에서 한달 남짓 지난 9월말 현재 10엔 가까이 상승했다.
일본 경기 회복에 따른 증시 상승 기대감으로 외국 투자 자본이 일본 자본 시장으로 급속하게 유입되고 있는 것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일본 정부가 지나친 엔화 가치 급등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 자본의 일본 유입이라는 커다란 물줄기를 막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누적된 경상 및 무역수지 적자, 일본의 산업생산 증가 및 실업률 호전 등 대조되는 양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비교할 때 달러화 약세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보고 잇달아 엔화 가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경기에 미칠 타격을 우려해 즉각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며 엔화는 급등락을 보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기조는 엔 강세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수석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는 앞으로 엔화가 24%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고, 메릴린치는 경제 펀더멘털을 비교할 때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1% 가량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HSBC는 구체적으로 연말 전망치를 당초의 112엔에서 107엔으로 높였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