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른경제동인회 박종규 이사장(월요 초대석)

◎“은행,「정부 손」에서 벗어나야”/정경유착 방지 제도적 해결책 모색을/「뒷거래없는 기업문화」 정착 서두를 때/80여 회원사 미·독 단체와 연대 「신 기업운동」 전개『요즘들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구조는 피폐현상을 극명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일궈오면서 한편으로는 정경유착, 불공정거래, 부정부패 등 타락의 물결이 범람한 결과입니다.』 박종규 사단법인 바른경제동인회 이사장(62)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없다면 한보사태와 같은 엄청난 일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보사태를 계기로 우선 「정부의 손안에 있는 은행」을 「기업으로서의 은행」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담:김윤식 산업2부장 ○한국특수선 사장 지난 61년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한 박이사장은 대한해운공사에서 일하다 69년 한국케미칼해운(현 한국특수선)을 창업해 현재 같은 회사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고경영자다. 지난해에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바른경제동인회는 올바른 기업문화정착을 위해 발족된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이사장으로서 바른경제동인회가 하고 있는 일을 말씀해 주시지요. 『바른경제동인회는 21세기 선진경제로 가기 위한 신기업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정직한 기업, 뒷거래가 없는 투명한 기업, 공정한 거래를 하는 기업이 되어야만 국경없는 경제전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새로운 기업철학과 기업윤리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세제분과위원회를 운영해 영수증주고받기운동을 펼치고 있고 기업윤리특별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반윤리기업들은 정부납품이나 공사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윤리 교육프로그램 제작, 신기업운동 동참 호소문 발송 등 신기업운동 확산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환경인지는 몰라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기업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최고경영자로서 바른경제동인회를 설립한 특별한 동기라도 있나요. 『우리세대는 죽을 고생을 해가며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젊은 시절을 모두 바쳤습니다. 덕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죠. 이에 반해 나쁜 환경도 만들어 놓았다는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 냄새나는 부산물들을 과연 누가 치울 것인가. 저는 우리 세대가 만들어놓은 그 불결한 부산물들을 후대에 물려주기 싫었습니다. 우리 세대에서 완전히 치울 수는 없겠지만 치우는 흉내라도 내고 싶었습니다. 뒷거래가 없는 기업풍토를 만들어가는 것은 이제 국제적인 추세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인 셈이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에서 이번 한보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지금까지 기업을 경영하면서 뒷거래를 해본 경험이 한번도 없습니까. 『해운업계는 특성상 뒷거래에 대한 유혹을 특히 많이 느끼는 업종입니다. 그러나 한국특수선에서는 단 한번도 뒷거래를 한 적이 없습니다. 남들에게 우습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뒷거래없는 기업」이 한국특수선의 목표입니다.』 ○리베이트 혐오감 ­그런 기업문화를 만들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얘깃거리도 많을 텐데요. 『창업초기인 지난 70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쟁쟁했던 모재벌그룹 회장을 찾아갔지요. 그 그룹은 석유화학 원료를 일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었는데 운송업체에 톤당 7달러를 지급하고 있었어요. 저는 톤당 6달러50센트만 받을 테니 운송계약을 해달라고 제의했죠. 그런데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이었어요. 이유를 알고 보니 운송업체로부터 톤당 50센트씩의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리베이트를 주면 계약을 해주겠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운송료를 더 깎을 수는 있어도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못을 박았죠. 집요하게 설득한 결과 그는 담당상무를 부르더니 6달러20센트에 운송계약을 체결하라고 퉁명스럽게 지시했어요. 좋은 기분으로 문을 나서는데 사장이 혼자말로 한마디 하더군요.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 한편으론 미안했어요. 그러나 저는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직원들에게 강조했죠. 우리는 리베이트 없다. 리베이트를 받는 직원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요.』 ­그렇다면 회사 접대비도 안 씁니까. 직원들이 일하기 어려울 텐데요. 『우리 회사 직원들은 리베이트를 모릅니다. 리베이트라는 말을 들으면 스스로 혐오감을 느낄 정도죠. 선원들과 밀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알고 있지만 한국특수선 직원들은 밀수도 하지 않습니다. 이런 풍토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 스스로 체득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사실 뒷거래가 있는 기업은 회계처리도 복잡해지고 자연스럽게 파벌이 생겨 분위기가 엉망으로 변하게 마련이죠. 저는 대신 직원들에게 접대비를 많이 쓰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영수증을 확실히 챙겨오면 회사가 결제를 해주죠. 접대비를 양성화시켜 음성적인 뒷거래를 방지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업들의 합법적인 접대비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성적인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바른경제동인회에 가입한 기업들도 뒷거래를 전혀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80여개의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데 간혹 불가피한 사정으로 뒷거래를 했다고 말하는 사장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회원사들이 스스로 정기모임에서 고해성사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뒷거래를 한 사장이 고해성사를 마치면 모두가 박수를 치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국제단체들과의 연대활동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우리와 연대사업을 펼치고 있는 단체는 독일의 TI(Transparency International), 미국의 BF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가 있습니다.』 ­국내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도 성격이 비슷한가요. 『어떻게 보면 성격이 비슷한 것처럼 비쳐지지만 경실련은 경제윤리운동단체이고 우리는 경제합리화운동단체입니다.』 ○인식전환 절대적 ­최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지고 있는 한보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텐데요.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에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시기부터 곪아온 총체적 비리의 상처가 터진 것으로 정말 창피스러운 일입니다. 중소기업들은 지금 완전히 얼어 있어요. 어음결제를 받지 못해 당하는 자금난도 어려움이지만 그보다는 부채가 5조원이 넘는 대그룹도 한순간에 무너지는데 우리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시달리는 것이죠.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무엇보다도 은행을 빨리 독립시켜야 합니다. 정부가 은행인사권을 포기해야죠. 정부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상황에서는 은행책임자가 경영성과보다는 임명권자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하게 마련입니다. 하루빨리 기업으로서의 은행을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기업인들의 인식전환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겠죠.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서 부패기업은 이제 살아남기 힘듭니다.』<정리=박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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