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전 SK네트웍스 사장이 SK텔레콤의 새로운 수장으로 내정되면서 글로벌 사업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사내독립기업(CIC)을 없애면서 앞으로 전략의 중심이 대규모 투자 대신 소규모 해외 자회사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대신 컨버전스와 인터넷 사업 부문을 강화키로 해 앞으로 KT와 방통융합 및 유무선 통합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사업 각 CIC로 ‘해체 모여’= 정 사장의 첫번째 작품은 글로벌 사업의 재조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9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4개의 사내독립기업(CIC) 중심의 구조에서 ▦이동통신사업의 MNO C&I ▦컨버전스와 인터넷을 총괄하는 C&I CIC ▦전사적 글로벌 인수합병과 경영지원을 책임지는 GMS CIC 등 3개 CIC체제로 바꿨다. 기존에 있었던 글로벌 CIC는 사실상 공중 분해됐다. 이번 개편에서 글로벌 CIC의 업무 가운데 ▦대형 인수합병(M&A)과 같은 대규모 사업은 GMS로 ▦해외 컨버전스 사업은 C&I로 ▦해외 이동통신은 MNO로 각각 흩어졌다. 대신 C&I는 조직이 강화돼 산하에 미래 미디어 산업을 계획하는 M&F(Media&Future)와 NI(New Internet), 그리고 중국C&I사업 부문 등 3개 부문을 갖추게 됐다. 주요 임원으로 보면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던 서진우 사장이 GMS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하성민 MNO CIC사장과 오세현 C&I사장은 연임됐다. ◇대규모 투자 대신 해외 자회사 중심으로=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SK텔레콤은 “국내외 구분없이 CIC별로 일관된 글로벌 사업추진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사업 축소가 아닌 강화”라고 공식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그 동안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던 조직이 사라지면 구심점을 상실할 수 밖에 없고 결국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 “SK텔레콤이 글로벌 사업을 사실상 대폭 축소 재조정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정 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특히 ▦미국 스프린트넥스텔 지분 인수협상 실패 ▦힐리오의 실패 ▦SK텔레콤이 지분 투자했던 중국 차이나 유니콤의 차이나텔레콤으로의 합병 등 해외에서의 잇따른 실패는 전략의 재검토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앞으로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투자 보다는 해외 자회사 중심의 소규모 투자 위주로 전략을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그 동안 해외사업의 실무를 맡아왔던 서성원 글로벌기획실장이 C&I기획실로 옮긴 것은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 사업은 소규모 시드머니로 개척한 해외 자회사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 스프린트 인수와 같은 대형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버전스ㆍ유무선 통합 시장 놓고 KT와 혈전 예고= SK텔레콤의 글로벌 사업 축소 재조정은 결국 국내에서 컨버전스와 유무선 통합시장을 놓고 KT와 불꽃 튀는 결전을 예고하고 있다. 성장정체의 위기에 직면한 SK텔레콤이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 분야에 총력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T의 경우 이미 이석채 사장 내정자가 조직개편은 물론, 사업 전반을 리모델링 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며 내년 1월14일이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선장을 태운 ‘새로운 KT호’가 탄생하게 된다. 특히 KT의 경우 막강한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망을 이용, IPTV와 유ㆍ무선 통합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여 SK텔레콤과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 SK그룹이 정 사장을 SK텔레콤 사장으로 선택한 것도 이석채 사장의 KT를 견제하라는 의미라는 분석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은 추진력과 판단이 매우 뛰어난 인물”이라며 “앞으로 유무선 통합 시장에서 KT와 혈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