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건설 담합, 선처보다 자정이 먼저


건설업계에 우환이 겹치고 있다. 이번에는 공공공사 영업정지 건이다. 판교신도시 등 공공아파트 공사 입찰에서 35개 건설업체들이 진행한 담합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데 대해 최근 대법원은 이를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들에 대해 14일 부정당업체 제재를 결정했다.

부정당업체 제재가 결정되면 업체별로 최소 3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공공공사와 용역 납품사업의 입찰이 제한된다.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들로서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중견 건설사들뿐만 아니다. 4대강 살리기 턴키공사와 관련한 담합 혐의를 받는 10여곳에 달하는 대형 건설사들 역시 부정당업체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10대 건설사를 포함해 30대 건설사 가운데도 일부 중공업ㆍ엔지니어링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부정당업체 제재에 따른 영업정지 처분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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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최근 분주해졌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마당에 영업정지를 당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상과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업체 관계자들을 만날 때면 부정당업체 제재와 관련한 얘기가 부쩍 늘었다. 대부분의 논리는 이렇다. 건설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장 2년에 달하는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기업과 건설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서 받은 제재 조치는 해외 건설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건자재 등 관련 업종에도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를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정서는 그리 우호적이지 못하다. 지난 정부에서도 수십 개 건설사들이 입찰서류 조작 등의 이유로 무더기 영업정지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이유로 청와대가 나서 사면해 무사히 넘긴 적이 있다. 겨우 2년이 채 되지 않아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발생한 건설업계에서 먼저 '선처'를 요구하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건설사들에 대한 제재 조치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업계가 먼저 각종 담합과 비리 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자신들의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 후에 정부와 국민들의 관용과 선처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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