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서 치열하게 논쟁이 붙고 있는 부분은 네 가지다.첫째는 더블 딥(이중침체)이 올 것인가 여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지난 80년과 82년에 있었던 더블 딥은 두 자리로 뛰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인데 지금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더블 딥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사람들은 "이익 증대 압력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결국 비용 감축에 들어갈 것이고 이는 해고로 이어져 이미 취약한 소비자 지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더블 딥의 기본 가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런 부분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8월에 더블 딥에 대한 논쟁을 재연시켰던 2ㆍ4분기 성장률 1.1%도 내용을 보면 수입증가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재고 변동폭 축소로 성장률이 각각 1.8%와 1.2%나 낮아졌는데, 3ㆍ4분기는 2ㆍ4분기보다 성장률이 더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전망을 반영해서인지 3ㆍ4분기에 대한 수정 전망치는 2.4~2.6% 수준에 있다. 이 수치는 6월 전망치인 2.5%~4.1%에 비해서 낮아진 것이지만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로 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두 번째는 투자 회복 여부다. 이는 IT(정보기술) 경기 회복 여부와 직결된다. 일반적인 견해는 급격히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빠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지난 90년대 美 경제의 과잉 투자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ㆍ4분기 기술 부문의 자본 스톡이 60년래 최저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나 GDP(국내총생산)대비 자본지출 비중도 지난 2000년 중 9.8%에서 현재 8.1%로 내려선 것, GDP에서 정보통신 설비 지출의 비중이 25년래 최저치에 근접한 것이 좋은 예이다. 지난 2년간 경기침체로 IT투자가 심각하게 줄어 이제는 새로운 투자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실제 나오고 있는 수치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가트너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2ㆍ4분기 미 PC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장비 수요도 위축되어 있는데 지난 6월 한 달 동안 컴퓨터 장비에 대한 주문은 전월대비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IT 투자지출은 현수준에서 줄어들지 않겠지만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심리와 자금시장 여건, 그리고 주식시장의 위축 등을 감안할 때 IT 설비투자 지출에 따른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소비 둔화 여부인데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국민의 저축률은 2000년 한때 0.8%까지 내려간 후 현재는 4%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경기둔화 가능성에 미리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선반응을 생각하면 소비 둔화의 충격은 조금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 가계 부문의 경우 증시 급락에 따른 여파로 가계 부(富)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소득 대비 순부(純富)의 비율은 지난 50년간의 평균치와 유사하다.
소비자 부채에 대한 우려 역시 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소득 대비 부채 상환율은 지난해 14.3%에서 정점을 이루었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미국의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 범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ㆍ4분기 소비증가율은 2%대였는데, 소득 증가율은 3%대이다. 한마디로 늘어나는 소득만큼 소비하는데 그것이 줄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또 한번의 자산가격 하락 여부다. 이는 주식에 이어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인가의 여부다. 미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경우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 여지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부동산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가 다수이다. 미국의 부동산가격이 상승했던 원동력이 금리 하락이었는데 최소한 하반기에는 금리가 상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소득이상으로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았느냐는 두려움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주택가격과 개인가처분, 소득간의 관계를 보면 지난 99년부터 이 비율이 올라왔지만 이는 78년, 87년같이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다.
특히 과거 양상을 보면 주택가격이 하락하지 않은 채 개인가처분 소득이 점차 늘어나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해소시켰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미국 경제 요인 중 투자를 제외하면 상황이 최악은 아니다. 고려해야 할 부분은 주식시장은 이미 최악을 반영해 움직였다는 것이다. 주가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는데 상황이 그렇게 흐르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하락분이 채워지는 것이 타당한 것 아닐 까 판단된다.
이종우 미래에셋증권 전략운용센터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