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남북경협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미국·일본 등의 대북한 강경분위기로 국내기업들의 대북 교역사업이 포류하고 있다.정부가 남북 투자협정 체결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연내 남북 당국자회담을 추진하는 등 남북경협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미·일과 북한과의 핵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는 한 구체적인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것이 기업들의 시각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대우·LG상사 등 주요 종합상사들은 최근 미국 및 일본의 대북자세가 강경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남북교역 사업계획을 유보, 당분간 사태추이를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이라크 공습을 감행했던 미국이 이번에는 북한을 겨냥, 강경자세를 취하고 있어 최악의 사태까지는 치닫지 않더라도 상당한 강도의 긴장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한 임원은 『최근 미국 및 일본이 북한 핵문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국제사회의 여론 역시 북한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어 적어도 2~3개월 가량은 사태추이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섣불리 남북 교역사업 계획을 세울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기업마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데 남북교역에서는 당장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여건이 좀더 성숙될 때까지 남북교역과 관련한 일체의 움직임을 동결하자는 것이 회사의 기본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대우·LG상사·쌍용 등 여타 종합상사들도 삼성물산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상사는 삼천리자전거공업과 공동으로 북한에 자전거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다가 최근 이 계획을 보류했다. 또 태영수산과 공동으로 추진했던 가리비 양식사업도 당분간 유보했다.
코오롱도 나이론 생산공장 합작을 모색했으나 북측 상대방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데다 최근 미·일의 대북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대북정책이 정경분리 원칙 고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남북교역이 활성화할 기회는 많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북핵문제 등 걸림돌이 많아 이렇다 할 교역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