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좌파가 정권을 잡은 프랑스 사회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변화는 지금'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차별화된 정책을 약속한 바 있다.
가장 큰 변화와 논란이 예고되는 것은 경제 분야다. 친기업적 성향의 사르코지 대통령과 달리 올랑드 당선자는 부자 증세를 강조하고 '금융권은 진짜 나의 적'이라고 공언하는 등 일부 부유층이 아닌 프랑스의 평범한 사람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그가 발표한 '프랑스를 위한 60개의 약속'이라는 공약에는 연소득 100유로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75%로 인상하는 등 290억유로(42조원) 규모의 부자 증세 단행, 대기업에 대한 감세 혜택 폐지, 은행 수익 과세율 15% 인상 등의 계획이 담겨 있다. 그는 이렇게 확보된 세수를 활용해 청년층 일자리 15만개와 중ㆍ장년층 일자리 50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긴축 속도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랑드는 오는 2017년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2013년까지 적자비율을 3%로 줄이고 2016년에 균형재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올랑드의 급진적인 경제정책이 정권 출범 이후에도 고스란히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중 44%만 그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공약 일부가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 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미국과 중국ㆍ독일 등 세계적 강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애 썼으며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지난 반 세기에 걸쳐 가장 우호적인 프랑스 대통령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랑드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프랑스군을 올해 안에 전원 철수시키겠다고 밝혀 2013년 철수 계획을 밝힌 사르코지의 계획을 뒤집는 등 프랑스 특유의 독자 노선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언론도 그동안 양국 간 우호협력을 강조해온 사르코지 대통령과 달리 올랑드 당선자의 경우 향후 중국의 유럽 재정위기 지원 반대, 양국 간 무역불균형,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제재 강화 등 다방면에서 중국과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올랑드 당선자는 우파적 가치를 내세운 사르코지 대통령과 달리 동성 결혼과 안락사를 허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