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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두 차례의 실패를 딛고 오는 10월 삼고초려의 마지막 발사를 앞두고 있다. 카운트다운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나로호 발사를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더불어 긴장 속에서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기환경표준센터 이진복 연구원팀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 1999년부터 온실가스 표준물질 개발 연구를 수행해온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가스측정 분야의 베테랑으로 나로호 발사라는 역사적 도전을 맞아 관련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것. 구체적으로 이 연구원팀은 나로호 조립동에서 발사대에 이르기까지 발사의 전과정에 사용되는 모든 가스의 분석과 품질검사 임무를 책임지고 있다.
1차 발사에 앞서 나로우주센터 내에 가스분석실을 설치하고 분석방법과 시료 포집 기법, 장비 도입, 운영 및 품질관리 절차서를 확립한 것도 이 연구원팀이다. 연구팀의 철저한 준비로 확립된 가스분석실 심사 품질체계는 평가를 맡았던 러시아 감사팀으로부터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재 연구팀은 나로호 3차 발사에 사용될 가스들을 현장에 적재 중에 있다. 액체산소ㆍ 액체질소ㆍ기체산소ㆍ기체질소ㆍ헬륨 등 5종이 그것. 이 연구원은 "액체산소는 등유 연료의 산화제로, 나머지 가스들은 나로호의 밸브 등 부품을 구동시키는 일종의 작동기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각 가스는 고압용기에 충전돼 나로호에 주입될 때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성분분석이 이뤄지는데 연구팀의 중점 분석 대상은 가스의 순도(불순물 함량)와 입자 크기, 오일과 수분 함량이다. 불순물과 오일은 가스가 지나는 좁은 관을 막아버릴 수 있고 수분 또한 높은 고도에서 얼어붙어 가스의 이동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밸브 등의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스분석은 나로호 3차 발사 성공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석결과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해당 가스를 전량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나 나로호 발사의 최종 단계에 속하는 연료주입이 가스검사가 완료돼야만 비로소 시작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1조분의1, 즉 ppt 단위의 극미량 측정이 가능한 장비를 활용해 세밀한 분석이 수행된다"며 "수없는 테스트와 검증을 반복, 한 치의 착오도 용납하지 않고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면과제인 나로호 발사를 제외하면 연구팀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온실가스 측정 및 표준가스의 개발이다. 이를 위해 이미 10여년 전부터 안면도와 제주도의 기상청 관측소에서 대기를 포집, 고압용기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일반적인 대기 질 분석과 달리 연구팀이 확보하고 있는 과거의 공기를 분석, 현재와 비교할 경우 한층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대기를 포집, 연구함으로써 수십년 이후의 우리나라 기후변화 예측과 대응책 수립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