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한 검사 없이 혈액 한방울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 연구소의 김영수 박사팀. 김 박사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 치매 유발 단백질이자 치매 진단의 바이오마커인 ‘베타아밀로이드’가 혈액으로 이동이 가능해 혈액검사로 검출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동안 혈액 내 베타아밀로이드의 존재여부는 국제적으로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지만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증가가 혈액 내 농도 변화로 반영될 수 있는지가 불분명했다. 그런데 이번에 김 박사팀이 그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해낸 것이다.
연구팀은 생쥐의 뇌에 베타아밀로이드를 다양한 분량으로 주입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킨 뒤 혈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뇌 안의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올라가면 혈액 속의 베타아밀로이드도 비례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박사는 “이 연구는 혈액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상용화가 이뤄지면 치매 환자수 감소 및 막대한 직간접 의료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또 “언제 어디서든 혈액 샘플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도록 휴대가 용이한 랩온어칩(lab-on-a-chip) 형태의 나노 바이오센서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랩온어칩을 종이 위에 구현한 치매 진단용 종이센서의 개발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10월 27일자에 게재됐다.
한편 김 박사는 현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생물화학 전공 교수를 맡고 있으며 조수민 박사와 김웅 박사, 김혜연 연구교수, 김현진 학생, 이세진 학생 등 이번 논문에 주저자로 등재된 8명 중 6명이 UST 교수 또는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