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안방만 내준 중기 적합업종 취소해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도매업까지 확대할지를 놓고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유통단계에서 최종 소비자의 비용을 줄이고 유통ㆍ물류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데 중소업계의 시장 나눠먹기와 정치사회 논리의 희생양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중기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돼가면서 동반위는 초기 단계에 지정한 업종ㆍ품목에 대해 내년부터 지정기간(3년) 연장 여부도 결정한다. 중소업계의 파이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보다 외국계 기업에 시장을 내주는 부작용이 크다면 지정 취소하거나 규제품목을 대폭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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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하반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재생타이어ㆍLED조명 등의 경우 당초 의도와 달리 외국계 기업의 배만 불리는 역기능이 도드라진다. 국내 재생타이어 시장은 브리지스톤ㆍ미쉐린 등 외국계 글로벌 기업의 점유율이 2년 만에 15%대로 올라가 국내 1위 중소기업을 곧 추월할 것이라고 한다.

LED조명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필립스ㆍ오스람 등 외국계 글로벌 기업의 점유율이 소매시장에서는 60~70%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중소기업들에 광원ㆍ엔진ㆍ모듈 등 부품단계에서 완제품인 조명기구, 유통 인프라까지 전분야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이룬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LED조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조명효율 개선 및 단가인하 주기도 빠르다. 세계 시장도 지난해 37억달러에서 오는 2017년 10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삼성ㆍLG 같은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필립스 등과 경쟁하기 힘들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시대에 안 맞는 중기 적합업종ㆍ품목은 폐지하거나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품목으로 최소화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과거 대기업 진출을 막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운영하다 부작용이 커지자 2006년 폐지했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되자 중소기업ㆍ상인에게 경쟁력을 강화할 시간(최장 6년)을 주겠다며 업계 자율추진 형식의 중기 적합업종제도를 도입했다. 벌써 부작용은 만만찮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대기업의 사업이양을 강제화하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정책실패는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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