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 R&D자금 집행방식 전면 재검토하라

2008년 이후 국가 연구개발(R&D) 참여제한 제재를 받은 연구기관과 연구자가 각각 4,096곳, 6,791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연구자의 23%, 연구기관의 35%는 2회 이상 제재를 받은 상태다. 연구비 유용·횡령액의 5배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제도조차 도입하지 않은 부처가 있는가 하면 도입했더라도 유명무실하게 운영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비가 '눈먼 돈'으로 치부돼온 이유다. 혈세가 이렇게 줄줄 새나가면 어느 국민·기업이 세금을 내고 싶겠는가. 법령보완 등을 통해 사후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삼진아웃제 의무화 등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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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의 질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R&D예산 비중(1.14%)과 규모(137억달러) 면에서 세계 정상권에 속한다. 그러나 시설·하드웨어 투자 비중이 커 순수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성과도 시원찮다. 과학기술인용색인(SCI) 논문 수는 연평균 6.2%씩 증가세지만 연구성과의 기술이전지수(5.19)는 25위권이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면서 단 하나의 스타급 기술도 상용화된 적이 없을 정도다. R&D 투입 10억원당 특허출원건수를 뜻하는 특허생산성(1.4)은 미국·일본에 앞선다지만 우수특허 비율은 7분의1에 불과하다. 재탕삼탕 연구, 안전빵 연구가 판을 친 결과다. 핵심·원천기술이 부족해 연간 기술무역적자가 57억달러를 넘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자가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내면 실패로 간주하지 않는 '성실실패인정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R&D과제의 참신성·창의성 등 정성적 평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심사체계와 투자집행 방식을 전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 이 나라의 R&D시스템이 갈 길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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