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벌써 반절 가까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그리고 내가 아는 어떤 경제 전문가도 미국이 제대로 경기 회복 싸이클을 타고 있는지 아니면 2004년까지 미국 경제 기관차가 삐그덕 거릴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가. 캐나다 기업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2분기 연속 미국 경제 성장률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저조해 캐나다 경기 전망이 어둡다고 투덜댈 것이다. 맞는 얘기다. 유럽도 변덕스러운 미국 경기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 경제에 영향 받지 않는 지역은 없다. 지난 50년대와 60년대, 그리고 70년대는 세 개의 강력한 기관차가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독일과 일본 기관차가 미국 경기 상승을 가속화 시켰던 것이다. 그것은 유럽, 남미, 그리고 태평양 연안 국가의 경제 성장을 촉발시켰다. 1960년대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의 몇몇 빈국은 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기적 같은 경제 성장을 경험했다.
그때는 그랬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이 일본과 독일 기관차처럼 삐그덕 거리기 시작하면 아일랜드, 핀란드, 한국, 중국, 그리고 인도의 성장세가 역풍을 만나게 될까.
보스톤 주위의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워싱턴에서부터 런던, 취리히, 브뤼셀, 그리고 IMF, 세계은행 싱크 탱크에 이르기까지 세계 도처의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다. 2004년 말까지 18개월 동안의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내가 그들과 나눈 수 차례 대화를 정리해 봤다.
1. 아무도 해답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통 과거에는 침체기가 끝난 후 전문가들은 몇 달 내에 2년간 투자ㆍ고용ㆍ순익의 상승 추세가 가속화하고 그 결과로 월가 주식시장에 불 마켓이 찾아올 것임을 예측했다. 물론 월가의 활황 장세는 도쿄, 서울, 런던, 프랑크푸르트, 밀란의 상승 장세로 이어졌다.
2. 현재는 혼란스럽고 조심스러운 예측가들이 특정 시나리오보다는 3가지 다른 시나리오를 얘기하고 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낙관적 전망으로 미국 경제가 강하게 반등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일자리가 견고하게 늘어나고 앞으로 6분기 동안 기업 순익은 증가할 것이다. 곧 이 같은 강력한 시나리오는 미국과 세계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첫번째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아마도 내년 11월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보장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유한 기업 경영진과 전문직들이 즐거워하는 반면 부시 팀이 오만한 독자 노선을 추진하면서 적대시 당한 많은 국가들의 기분이 언짢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시나리오가 실제 일어날 확률을 30% 이하로 보고 있다.
3. 이는 미국 경기 회복이 다소 실망스러울 확률이 70%나 된다는 얘기다. 얼마 만큼 실망스러울까. 50%의 확률로 두 번째 시나리오가 발생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시나리오는 2.5%에서 3.5%의 그저 그런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 실업률은 6%보다 한참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거의 두 자릿수에 가까운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보다 훨씬 나은 수치다. 그러나 클린턴의 `허니문 경제` 시기 였던 1996년~2000년보다 눈에 띄게 악화한 것이다.
아시아, 유럽, 그리고 남미는 이 시나리오를 견뎌낼 수 있겠지만 상당부분 실망스러울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에 두루 영향을 미치며 중국, 인도, 한국, 그리고 대부분 지역의 경제 성장률을 1~2%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다. EU는 다소 침체 국면에 빠지게 된다.
4. 첫번째과 두 번째 시나리오가 각각 30%, 50%로 모두 80%의 확률을 갖고 있으니 나머지 세 번째 시나리오는 당연히 20%의 확률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의 실질 경제 성장률이 지난 몇 분기처럼 저조한 상태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실망스러운 케이스다. 미국 경제는 지난 몇 분기동안 2001년 경기 침체가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선언된 이래 줄곧 절룩거려왔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면 달러는 계속해서 추락하고 월가의 주가 지수는 손쉽게 최근의 상승분 대부분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 시나리오가 명확히 드러날 경우 현재 1.25%인 금리를 더욱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부시의 재선 가능성을 앗아갈 것이다. 바로 그 같은 일이 지난 1992년에 일어났다. 그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공격으로부터 쿠웨이트를 성공적으로 막아내면서 매우 높은 지지율을 누렸다.그러나 91년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그 인기는 사라져 버렸다.
부시 팀도 알겠지만 역사는 되풀이 될 수 있다. 냉소가들은 세 번째 시나리오가 6개월 지속되면 예산적자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첨언하면 워싱턴에서 유럽중앙은행의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스톡홀름에 이르는 모든 중앙은행들이 세 번째 시나리오 같은 것이 즉각적인 디플레 위험을 야기할 것으로 판단되면 재빨리 경기 부양 조치를 취할 정도로 이제 세계 경제는 행운아가 됐다.
사악한 대공황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파괴 시킬 뻔 했던 지난 1930년과 1931년에는 그 같은 대비 체계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950년대 이후 거시 경제학은 많은 것을 배웠다.
<폴 새뮤얼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