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말보다 실천이 필요할때

한국 기업인들이 늘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해외 투자가들이 한국과 우리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것은 해외투자가들의 행동에 유념하고, 그들의 관심 사항을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이 질문은 그 기업과 나라가 스스로 신인도를 결여하고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게 해외투자가 의견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의 비전을 가지고, 그 계획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투자 여건이 좋으면, 해외 투자가들이 들어올 것이다. 아무리 투자가 친화적이라고 강조해도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나라와 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은 자본을 대지 않을 것이다. 80년대를 돌아보면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프리미엄을 주고, 한국 자동차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불과 10년 뒤에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자산을 해외에 매각하는데 얼마나 어려웠던가. 해외투자가의 한 사람으로서 단기적 관점에서 한국 투자 기회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있다. 나는 모든 사람이 비관적일 때 사고, 그들이 도취했을 때 팔 것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증시에 변동성이 심해 장기투자 전략의 수익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익이 낮고, 리스크가 높은 한국 증시의 문제 해결은 기업의 손에 달려 있다. 말이나 변명보다 실천이 필요한 때다. 기업이 실질적 소유자, 즉 주주가 누구인지를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외국인은 물론 국내 투자가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97년 금융위기 이전과 지금의 한국 경제는 천양지차로 변했다. 많은 기업들이 투자가와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뉴욕에 앉아서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여러 요구사항을 받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투자가와 접근하려는 노력은 극적으로 개선됐다. 사외이사 임명, 자본구조 개선는 물론 많은 재정적 변화가 한국 기업 풍토를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도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여전히 지난 10년 동안 바닥을 맴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한국 기업인들이 마음 속으로 주주를 수동적 투자가로 생각하지, 회사 소유자로 인정치 않고 있다. 둘째, 투자가 친화적이라고 말하는 기업인들도 투자가의 이해를 극대화하려고 행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인들이 상장 회사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이해하고, 주주의 권리를 존중하며, 최고경영자(CEO)와 가문의 이익보다 진정한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증권시장을 중소기업 성장의 자금원으로 발전시키기 어렵고, 주가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이 한국의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보다 더 높은 주식 리스크를 형성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투자가 친화적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주주를 믿고 그들을 위해 실천해야 할 때다. 한국 기업이 효율성을 가지려면, 거미줄처럼 복잡한 상호지분참여, 독창적인 회계 기법, 기업 자원의 남용등이 중지되어야 한다. 한국 기업문화의 이 같은 `기본 관행`이 없어진다면, 해외투자가들에게 “우리를 어떻게 보는가”라고 물지 않아도, 그들은 열심히 한국에서의 기회를 찾을 것이다. 불행한 사실은 대기업집단이 아직도 비효율적인 관행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더 이상 선택의 길이 없고, 지속적으로 변화의 압력을 받을 것이다. 유일한 선택은 능동적으로 변하든지, 변화를 강요받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인들에게 “당신은 어떻게 스스로를 개혁할 것인가”를 묻고 싶다. 그러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대답할수 있다. <데이비드 전(디스커버리 캐피털 매니지먼트 파트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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