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76) 영상물등급위원장이 "최근 수뢰 사태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 4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12월 영상물등급위원이자게임물(아케이드) 소위원회 의장이었던 인물이 등급 심의와 관련,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재선된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6월 6일까지이며, 아직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 영상물등급위원은 예술원이 추천해 대통령이 위촉하며,위원장은 위원들이 호선하도록 규정돼있다.
영등위에 따르면 이번주 안으로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보이며,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아 보궐 위원과 새 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새 위원장이 뽑힐 때까지 이경순(61) 부위원장이 위원장직무를 대행한다.
다음은 김 위원장의 일문일답.
사표를 내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법적 책임은 없지만 기관장으로서 국민에게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위원들과 상의는 했는가.
▲그분들과는 대화하지 않고 혼자 결정을 내렸다. 영등위 업무를 하루라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15명의 위원 가운데 나와 구속된 위원을 뺀 13명의 위원은 계속수고를 해주셔야 한다.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았는데… ▲사무국에서도 말렸다. 나도 재선까지 했는데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고 나가고싶었다. 아쉬움은 남지만 깨끗하게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여기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수뢰나 독직 사건이 생길 소지가 있는데 미리 대책을 강구하지않았나.
▲취임 때부터 위원들과 사무국 직원에게 누누이 강조했다. 심지어 직원들도 민원인들과 밥도 같이 먹지 못하도록 했다. 지금도 대부분의 위원과 직원들이 이를 잘지키고 있다. 한 사람이 잘못하는 바람에 모든 직원들이 사명감을 지니고 수도승처럼 뼈를 깎는 노력을 해온 것이 묻혀서는 안된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나 자신이 누구보다도 검열 때문에 피해를 보아온 영화인이다. 표현의 자유를지켜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지금은 필름이 잘려나가는 일이 없는 것은물론 심의를 걱정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게임물 쪽에서 불거져나왔다.
▲내가 평생 해온 영화나 비디오물 쪽에서는 그래도 대부분 심의결과에 승복하는 분위기였는데 게임물 쪽에서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심지어 사무실로 찾아와 자해하겠다는 소동을 벌인 민원인도 있었다.
2002년 영화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을 때는 젊은 영화인들이 사퇴를 촉구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그 영화는 이미 사회적 평가를 받았다. 지금 그 영화를 다시 심의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적 평가와는 별도로 신체의 특수부위가 노출되는 노골적 화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제한상영가' 등급 논란을 포함해 제도적 미비점을 완전히 보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는가.
▲내가 5년 7개월 동안 업무를 맡으면서 겪은 경험을 정리하면 소중한 자료가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임명권자로부터 사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지금 이야기할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표가 수리되고 정식으로 떠날 때 소감과 바라는 점을이야기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세워놓았는가.
▲영화를 꼭 다시 연출해보고 싶다(그는 `갯마을', `안개', `만추' 등 장편 극영화 109편을 만든 거장이다).
줄거리나 소재는 어떻게 되는가.
▲영화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투자자도 있어야 하고 다른 스태프들도 필요하다. 소재가 특별할 게 있겠는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뿐이다. 원로들은 인간을 어떻게 보는가를 보여주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