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선원들 신속한 대피가 화 막았다

한진해운 선박 피랍 모면<br>선내 긴급 피난처 '시타델' 결정적 역할<br>정부 청해부대 급파ㆍ국제 공조도 한몫<br>총기 발사 흔적… 해적들 승선했다 도주한듯

김운용 합동참모본부 민군심리전차장이 21일 밤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될 뻔했던 한진톈진호의 조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한때 피랍된 것으로 알려졌던 7만5,000톤급 한진톈진호는 선원들의 신속한 대피와 군당국의 구출작전에 힘입어 사건 발생 14시간 만에 한 명의 피해도 없이 무사히 구조됐다. 무엇보다 선원들이 해적 공격에 대비해 설치된 '시타델(Citadelㆍ긴급 피난처)'로 피신했던 것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제 공조 속에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발 빠르게 움직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정부와 한진해운은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 피랍에 따른 아덴만 여명작전이 있은 지 불과 석 달 만에 또 다시 선박 피랍 가능성이 제기돼 이날 내내 극도의 긴장감 속에 상황 판단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는 사건 접수 후 청와대ㆍ외교통상부ㆍ국토해양부ㆍ국방부ㆍ국가정보원 등 관계 부처 간 협조 체제를 가동했지만 통신두절로 현장 상황을 상세히 알지 못해 애를 태워야 했다. ◇선원들 신속한 대피가 화를 막았다=정부와 한진해운은 한진톈진호가 인도양을 항해하다 이날 오전5시15분 해적들의 습격을 받아 통신이 두절되자 피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태 파악에 주력했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소말리아 해적들의 표적이 돼온 선박은 비교적 속도가 느리고 크기가 작은 벌크선이었으나 한진톈진호는 최첨단 대형 컨테이너선이라는 점에서 해적들의 의도 분석에 집중했다. 단순히 돈을 노린 것이라는 일반론과 함께 1월 삼호주얼리호 구출에 대한 해적들의 보복 가능성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톈진호에는 위급상황에 대비한 시타델이 있었고 선원들이 삼호주얼리호 사건 후 피랍 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훈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희망적 전망이 나돌았다. 여기에 한진톈진호는 일반 화물선과 달리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많은 컨테이너선이며 빠른 속력(최대 50㎞)을 낼 수 있고 선체(바다에서 12m)마저 높아 피랍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소말리아 해적들이 한진톈진호의 선교(선장이 지휘하는 장소)까지 들어온 것으로 보여 선원들의 초기 대처가 결정적으로 피랍을 면할 수 있게 된 사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해부대, 신속한 구출작전 나서=사건 발생 후 급파된 청해부대는 5시께 현장에 도착한 후 1시간 40분가량 정찰을 위해 링스헬기를 띄웠고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뒤 UDT 요원들을 즉시 한진톈진호에 투입했다. 청해부대 UDT 요원들은 오후6시40분께 조타실을 장악했으며 시타델에 은신하고 있던 선원 20명의 안전을 확인했다. 이들은 이어 한진톈진호의 남은 격실을 모두 수색한 뒤 7시30분께 상황을 종료했다. 또 한진톈진호 안전 확인 과정에서 현장에서 70마일 떨어진 터키 군함이 헬기를 동원해 정찰활동을 수행하는 등 연합함대의 역할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붕우 합참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해적들이 승선해 선교(선장이 지위하는 장소)까지 올라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해적의 규모는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어 "선내를 정밀 수색한 결과 AK 소총으로 추정되는 실탄 3발(선교 2발, 안전격실 외부 1발)이 발견됐다"며 "선교에서는 다수의 맨발 자국과 함께 통신장비를 조작한 흔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청해부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호주얼리호 때와 마찬가지로 2개팀 16명 요원들을 투입해 구출작전을 전개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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