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발맞춰 25일 코스피지수가 상승 마감하며 과거 4차례에 걸쳐 있었던 취임일 증시 급락 징크스는 기분 좋게 깨졌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친시장ㆍ친기업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이날 지수에 상징적으로 반영됐다고도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날 상승은 대통령 취임에 따른 이벤트성 호재보다는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들의 구제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대세다. 새 정부의 정책 여부에 따라 개별 종목에 국지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앞으로의 장세에는 무엇보다 미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징크스는 깨졌지만=이날 증시 상승은 13대 이후 역대 대통령 취임일 당일 코스피지수가 모두 2∼4%의 하락을 보인 징크스를 깼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15대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1998년 2월25일 코스피지수는 무려 4.53% 하락했으며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일에도 각각 3.9%, 2.56% 급락했다. 그러나 이날 지수는 주말 미국 증시 상승세에 영향받아 급등세로 출발, 프로그램 매수세를 동반한 3,500억원 이상의 기관 매수가 이어지면서 장중 내내 견조한 강세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1월의 급락장세가 다시 펼쳐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의욕적 행보가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미국 등 글로벌 증시와 원유 등 상품시장 역시 일단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지난주 모노라인 구제금융 지원과 워런 버핏이 재보증한 채권보증업체의 신용등급이 높게 평가되는 등 미국 증시가 추가 하락보다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과거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신흥시장으로 일정 부분 옮겨오면서 유가 상승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 고성장 등의 정책으로 증시에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며 해외 시장과의 동조화에서 단기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라며 “지수의 추가 조정 가능성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지만 미국발 충격의 여파가 1월보다 완화된 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새정부 출범 영향력은 제한적, 해외변수 확인해야=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단기 호재는 발생하겠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변수들이 남아있는 만큼 상승장의 믿음을 가진 매수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5년간 우리 증시의 높은 상승률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은 이제 사라졌다”며 “통제 불가능한 해외 변수가 국내 증시에 결정적 역할을 미치는 만큼 내부적 정책 변수가 가지는 한계는 뚜렷하고 이는 주식시장에서 새 정부가 이전 정부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글로벌 변수들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고 시장이 악재에 대한 내성을 키워온 만큼 향후 반등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모노라인 사태도 해결책을 찾아가는 만큼 신용위기에 대한 악순환적 해석은 비효율적인 논쟁”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다고 해도 그 자체가 조정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여 1,700선 중반까지의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