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로 인해 매머드 같은 거대 초식동물이 멸종한 것이 1만2,800년 전 소빙하기가 찾아온 원인이라고 연구자들이 밝혔다.
거대 초식동물이 소화 과정에서 엄청난 메탄가스를 뿜어내 온실효과를 발생시켰으나 이들이 멸종하면서 지구대기가 급속히 냉각됐다는 것이다. 메탄가스는 온실 효과 원인으로 지목된 이산화탄소보다 열을 가두는 효과가 30배나 높다.
뉴멕시코대학의 펠리사 스미스가 이끈 연구팀은 선사시대에 매머드 등 거대 초식동물이 뿜어낸 메탄가스가 거의 연간 10억 그램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거대 초식동물이 멸종할 당시 공기 중 메탄가스 비율은 갑자기 180ppbv(1ppbv는 단위체적당 10억 분의 1)나 급격히 감소한 사실이 빙하 시료분석에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시기와 거대 초식동물의 멸종 및 빙하기의 도래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린란드의 빙하 시료 분석 결과는 메탄가스 비율이 20ppbv 감소할 때마다 기온이 대략 섭씨 1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를 감안하면 메탄가스 감소로 인한 당시의 기온 강하 효과는 섭씨 9~12도나 되며 이는 소빙하기의 도래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50만년 동안 있었던 다른 다섯 차례의 메탄가스 감소 시기보다 이때의 메탄가스 감소 속도가 2~4배 이상 빨랐다는 점도 이번 연구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이번 연구로 인간이 지구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이른바 '인류세'가 1800년대 산업혁명이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에 포식자인 인간이 들어오기 시작한 1만3,000년 전에 이미 시작됐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 연구는 자연과학 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