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중은행들, '옥석(玉石)' 가리기 본격화

여신심사 강화로 우량.부실 고객 정확히 구분

시중은행들이 최근들어 본격적인 '옥석(玉石)' 가리기에 나서면서 `금융대전'이 가열되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조흥은행, 농협 등은 우량 중소기업과 소호(soho)를 놓치지 않고 확보하면서 부실한 고객을 가차없이 털어버리기 위해 여신심사 기능을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여신심사는 겉으로 드러난 담보가치만 따지지 않고 업종전망, 사업계획 등에서다각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업이 유망하면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돈을 빌리기 쉽지만 그렇지 않으면 은행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환란후 '우후죽순(雨後竹筍)'격으로 생겨난 경쟁력 없는 음식.숙박업 등의 소호들중 상당수는 자금지원이 끊길 가능성이 커 빠른 시일 내에 업종을 전환해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마케팅본부의 개인여신팀과 중소기업여신팀, 리스크관리본부의 기업여신팀 등 3개팀을 합치고 새로 소호여신팀을 신설해 4개팀으로 구성된 여신심사센터를 개설했다. 여신심사센터는 각종 심사를 일원화하고 심사방향을 통일하며 심사 노하우를 공유해 예전 같으면 심사 미흡으로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우량고객을 찾아내고 자칫 부실화할 수 있는 여신을 최대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은 이와 함께 인천남동공단, 시화공단, 반월공단, 평택공단, 구로공단등에 `영업현장 심사반'을 신규로 설치, 대출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현장실사를 통해우량고객들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여신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조흥은행은 `여신사전상담제'와 `수석심사역의 상담 전용창구제'를 최근 도입,여신담당자들의 실수로 영업기회를 잃을 수 있는 우수 중소기업들을 놓치지 않고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제도는 신규, 연기, 대환, 조건변경 등 각종 여신 관련 방침이나 어려움을책임범위가 넓은 심사역이나 수석심사역이 직접 상담해주는 제도다. 조흥은행은 또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 투자금융, 해외영업 등 5개의 팀장들이모여 여신제공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함께 토론한후 결정하는 `여신업무실무협의회'를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최근 일시적인 자금난에 처한 한계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프리워크아웃(pre workout)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 심사역 3명을 보강한데 이어 다음달 1명을더 보강할 계획이다. 프리워크아웃은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재무상태, 경영상황 등을 따져 거래를 계속할지, 아니면 대출금을 회수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신한은행은 작년까지 중소기업의 대출심사를 맡은 심사역 40명이 프리워크아웃업무까지 겸하면서 기업고객지원부와 협의해 최종결정을 내렸으나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올해부터 프리워크아웃 전담요원을 두게 됐다. 하나은행은 소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개인사업자들의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농협은 작년 12월말 여신부, 자금부, 신탁부, 국제금융부 등 여러 부서에서 수행하던 여신심사기능을 따로 떼어내 여신심사실을 신설, 기업여신을 전담하고 있으며 기업금융 전담 점포도 종전의 24개에서 34개로 늘려 우량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종전에는 신용도나 사업전망이 불투명해도 실수로 자금지원이 이뤄져 부실의 원인이 됐으나 앞으로는 심사가 엄격해져 우량고객으로 판정나야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박성제.고준구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