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속철도 지연 비용 누가 책임지나

경부고속철도 사업이 천성산 터널 굴착공사를 재개하지 못해 석 달이나 멈춰서 있다. 일명 ‘도롱뇽 소송’으로 더 잘 알려진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소송은 부산고법이 오는 29일 결심공판에 앞서 조정안을 내놓았으나 소송 당사자인 환경단체들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들은 “법원 감정인단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사가 재개된다면 승소하더라도 천성산은 이미 상당히 파괴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천성산 터널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환경훼손과 고산습지 고갈 여부 등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명백한 반대검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내원사 등은 지난 2002년 공동조사단 구성과 관련해 대한지질공학회를 객관적인 조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참여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습지의 표층수가 지하수와 연결돼 있는지를 알아보자는 실험에 대해 그 자체가 ‘생태파괴’라며 반대했다. 공사가 두 차례에 걸쳐 지연되는 9개월 동안 1조5,000억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쉬운 말로 노선을 변경하면 된다. 그러나 새로운 노선을 선택하면 공기가 7년이나 지연되고 1년 지연될 때마다 매년 2조원씩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터널 공사가 중단되는 동안에도 한국형 고속열차에 대한 연구개발은 꾸준히 진행돼 우리는 조만간 세계 네번째의 시속 350㎞ 고속철도기술 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열차개발은 순조로운데 막상 그 고속열차가 달릴 철로 공사는 한치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단체 등은 천성산 터널 공사와 관련해 보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문제를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동차가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자동차 운행을 막을 수 없듯이 지속가능개발 논리로 인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국책사업이 중단돼서는 안된다. 환경단체들은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이거나 실천 가능한 대안으로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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