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좌편향 역사교과서' 논란을 일으키며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에 따라 저자의 동의 없이 수정해 발행된 역사교과서에 대해 법원이 발행중단 판결을 내렸다. 교과부는 그러나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현행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1부(부장 이성철)는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등 역사교과서 저자 5명이 금성출판사와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를 상대로 낸 저작인격권 침해정지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금성출판사 등은 교과부 장관의 수정지시 또는 수정명령을 성실하게 이행할 책무가 있다 하더라도, 저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출판사가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어 "저자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로 4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김 교수 등이 저술한 금성출판사의 근ㆍ현대사 교과서 6종 206곳이 '좌편향 교육의 우려가 있다'며 수정을 지시했고, 지난 3월부터 수정된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앞서 수정된 교과서가 배포되기 전인 1월 저자들은 저작인격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당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 일방의 비협조로 수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출판계약에 신청인과 피신청인 모두 교과부 장관의 수정명령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약정을 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교수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역사교과서가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저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정되면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내년부터는 저자의 의사에 맞춰 재수정된 교과서가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40여개 단체로 구성된 교과서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위원회는 "상식과 정의, 법에 입각한 현명한 판결"이라고 환영하면서 "금성출판사는 저자의 동의 없이 임의 수정한 내용을 저자의 의견에 따라 재수정해서 발행하고, 교과부는 이를 받아들여 내년 교과서를 낼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성출판사는 이번 판결에 불복, 항소하기로 했으며 교과부는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현행 교과서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는 채택률이 30%가 넘으며 전국 1,000여개 고교에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