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숨가빴던 '고구려사' 韓中협상 막전막후

중국이 내년 사용될 초.중.고교 역사교과서에왜곡된 고구려사 내용을 싣지 않기로 하면서 한국과 중국 양국간의 숨가빴던 `고구려사 왜곡 협상' 1라운드가 24일 막을 내렸다. 조심스레 `칼'을 갈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시도를 지켜보던 우리 정부가 직접대(對)중국 `역사지키기' 협상의 `시동'을 건 것은 지난 4월 중국이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9일부터다. 정부는 나흘 뒤인 13일 김하중(金夏中) 주중대사가 왕 이(王 毅) 중국 외교부부부장을 만나 강력 항의했고, 이튿날인 14일에도 최영진(崔英鎭) 외교차관이 리 빈(李 濱)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홈페이지의 원상복구를 강력 요구하는등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동도 않자 정부는 급기야 지난 5일 박준우(朴晙雨) 외교부 아태국장을 베이징(北京)에 급파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와 때를 맞춰 아예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1948년 8월15일한국정부 수립 이전 한국사를 통째로 들어내 버렸다. 중국 정부도 고민 끝에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지만우리 정치권은 물론 네티즌을 포함한 국민들의 분노는 극으로 치달았다. 예상보다 큰 파장이 일자 양국 정부는 `접점'을 찾기 위한 `암중모색'에 들어갔고 이달 14일께 양국 외교부 실무당국자가 제3국에서 극비리에 회동해 사전조율을시작함으로써 이번 사태에 대한 협상의 닻을 본격적으로 올렸다. 이른바 대립에서 협상으로 `터닝포인트'가 마련된 셈이다. 이 때부터 양국간 협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2일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을 극비리에 한국에 급파해 외교부 장.차관과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등 핵심인사들을 잇따라 만나는 고위급 `릴레이 협상'에 들어갔다. 특히 중국은 이달 24일이 한중 수교 12주년이고, 26일에는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방한일정이 잡혀 있다는 급박한 사정에 따라 예정보다 앞당긴 지난 20일 주한대사를 지낸 `한국통'인 우다웨이 부부장을 `외교차관'에 임명한 뒤 곧장 한국에 급파, 양국 갈등 봉합을 위한 발빠른 작업에 나섰다. 23일과 24일 거듭된 협상 끝에 드디어 중국이 내년에 사용할 초.중.고교 역사교과서에 왜곡된 고구려사 부분을 싣지 않고,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고구려사 왜곡시도를 중단하는 내용에 합의한다는 본국의 훈령을 우리 정부에 내밀면서 우리민족의 뿌리를 뒤흔든 `역사전쟁'이 일단 막을 내렸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외교부 홈페이지를 복구하라는 우리 요구를 거부한 데다 지난 2월 최 차관과 왕 이 부부장 사이에 이뤄진 `학술차원'의 해결방식으로 되돌아가기로 해 고구려사를 둘러싼 한.중간 역사전쟁의 불씨는 계속해서 남게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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