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양치기 농협

어렵게 재선에 성공한 최원병 농협 회장에 대한 선물치고는 참 고약하다. 2일 농협중앙회 인터넷 홈페이지 고객 게시판은 계좌 잔액조회 등 인터넷 뱅킹이 되지 않는다는 민원이 쏟아졌다."언론에서는 복구 끝나고 정상이라고 하던데 왜 아직도 안 되냐"는 항의와 불만이 가득했다. 기사에서는 정상화가 됐다고 봤는데 여전히 계좌 조회가 안 된다는 고객도 많았다. 이는 사실이었다. 농협은 이날 오전7시59분 농협 전산장애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냈다. 농협은 이날 일부 전산 프로그램 오류로 0시42분부터 오전1시10분까지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 거래가 안 됐으며 오전3시54분까지 일부 계좌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오전3시54분에는 완전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기자들은 이를 믿고 기사화를 했던 셈이다. 하지만 농협은 오후2시35분에 2차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당초 완전 정상화가 이뤄졌다던 오전3시54분 이후인 오전8시30분부터 9시20분까지 일부 계좌에서 오류가 발생해 거래가 안 됐던 것이다. 농협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조차 않은 채 서둘러 덮으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더욱이 오전4시에 경제사업 전산 시스템에도 장애가 일어나 면세유와 채움포인트 거래가 불가능했다는 점이 새로 드러났다. 분명히 이는 1차 보도자료를 보내오기 전이다. 경제업무 전산 시스템은 오후1시가 돼서야 정상화됐다. 농협이 무능력하거나 대놓고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다. 농협은 지난 4월 최악의 전산사고가 발생해 완전 복구되는 데 한 달가량이 걸렸다. 이후에도 5월19일 전산장애가 다시 발생했고 6월에는 농협계열인 NH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고객 거래내역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쯤 되면 전산에 관심이 있기는 한지,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농협은 전산사고가 있을 때마다 "최고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말을 계속 해왔다. 그러나 이는 빈말이 됐다. 내년 3월에는 농협이 지주로 새 출발한다. 이 정도 보안 수준으로 제대로 된 금융을 할 수 있을까.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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