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해수욕장의 불청객 '이안류'-고윤화 기상청장


때 이른 무더위로 전국 최대의 피서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지난 1일 조기 개장했다. 시원한 바닷물에서 헤엄을 치노라면 무더위는 금세 가신다. 즐거운 해수욕장에 조심해야 할 불청객이 있는데 바로 '이안류(離岸流·Rip Current)'다. 일반적으로 파도는 해안으로 밀려드는 데 반해 이안류가 발생하면 반대 방향으로 파도가 움직여 해수욕객들을 먼바다 쪽으로 밀어낸다. 이안류는 해안 가까이 도달한 파도가 부서지면서 한 곳으로 밀려든 바닷물이 좁은 폭을 통해 다시 바다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일종의 '역파도' 현상으로 해안가의 해수욕객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해수욕장에서 이안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파도가 해안가로 밀려드는 방향과 바람 등 기상 조건이 맞아야 한다. 해운대·중문·낙산 그리고 대천해수욕장이 우리나라에서 이안류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해운대해수욕장에서 38회, 중문해수욕장에서 13회의 이안류가 발생해 193명(해운대 130명, 중문 63명)이 구조됐다.


이안류는 여름 휴가철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발생 조건만 맞으면 1년 내내 생기는 해양 기상 현상이다. 하지만 계절적 특성상 물놀이객이 많은 여름철에 주로 위험 기상 현상이 된다. 또 이안류는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지역적 현상도 아니다. 미국 해안가에서도 매년 100여명이 이안류로 사망하는데 이는 해안에서 태풍·호우·상어에 의한 사망사고보다도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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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이안류 예측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해 해운대·중문·낙산해수욕장에 대한 이안류 예측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의 이안류 예측정보는 당일부터 이틀 뒤까지 3시간 간격으로 정보를 생산한다. 국민들이 위험 정도를 쉽게 알 수 있도록 4단계(안전-주의-경계-위험)를 색상(파랑-노랑-주황-빨강)으로 구분해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충남 대천해수욕장까지 이안류 정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안류 발생이 예상되면 사전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기상청의 이안류 예측정보와 국립해양조사원의 이안류 감시정보가 융합된 정보 제공 창구를 국립해양조사원으로 일원화해 홈페이지와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지자체, 지방 소방관서, 해양경비안전서 등 방재기관에 제공한다. 이러한 선제적 이안류 융합 정보 제공 덕분에 아직까지 이안류로 인한 사망자가 없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다.

기상청이 여름철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 제공하는 '이안류 예측정보 서비스'가 해수욕장에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완전하고 충분한 서비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안류 예측정보 서비스는 이안류의 위험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필수적 안전막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 모두 이안류 예측정보를 잘 인지하고 예측 가능성이 발표될 때 해수욕장에서 필요한 대응 절차에 따라준다면 올해도 이안류 피해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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