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웨이를 지켜라.' 1년 만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다시 도전하는 박인비(26·KB금융그룹)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4개 메이저 대회를 한 차례 이상씩 모두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여자골프(LPGA) 투어에서는 6명만 이를 이뤘는데 2000년 이후에는 카리 웹(호주)과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퇴)이 달성했을 뿐이다.
박인비가 10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아시아 선수 최초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박인비는 지난해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 챔피언십, US 여자오픈을 제패해 전인미답의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시즌에 4개 메이저를 모두 우승하는 것)에 근접했지만 이 대회에서 공동 42위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 대회가 열리는 영국 랭커셔의 로열 버크데일GC(파72)는 여느 링크스 코스처럼 러프와 작고 깊은 항아리 벙커로 무장해 있다. 페어웨이가 단단해 떨어진 뒤 20~30야드를 굴러 러프나 벙커로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티샷의 비거리보다는 정확도가 관건이다. 여기에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거친 바닷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페어웨이를 지키는 일이 급선무다. 최근 이곳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는 2005년 장정(33), 2010년 쩡야니(대만)가 우승했다.
박인비는 올 들어 우승하지 못하다 지난달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며 샷과 퍼트 감각을 끌어 올렸다. 최대 경계대상은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다. 올 시즌 3승을 올리며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루이스는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링크스 코스를 잘 요리하며 우승했다. 올해 US 여자오픈 등에서 2승을 거둔 재미교포 미셸 위(25)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박인비 이외의 한국 선수로는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과 최나연(27·SK텔레콤), 지난 7일 유럽 투어 한다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김인경(26·하나금융그룹) 등이 총출동하고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호령하는 안선주(27)와 신지애(26)도 합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