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문화재 환수와 함께 생각할 일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와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되고 있다. 약탈당한 지 145년 만의 일이다. 그간 사회 각계각층의 염원과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일은 근대 개방 과정에서 잠시 방심한 사이에 우리가 정말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고 한편으로 우리 국력이 이제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게도 했다. 외규장각 의궤 환국과 전시를 보면서 감격스러우면서도 함께 떠오르는 생각은 이 사건이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약탈당할 당시 우리는 글로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그러한 수모를 당했던 것이다. 현대사회는 어쩌면 당시보다도 더 치열하고 정교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국가 간에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쟁은 총칼 대신 선진기술을 통해 경제적인 매력과 고유하고 창의적인 문화로 무장해야 하는 이른바 '소프트파워'가 필요한 것이다. 국가 간의 상호신뢰 속에 글로벌 파트너십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번영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외규장각 도서 귀환을 계기로 정부는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고 환수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문화재 환수전략 수립도 중요하지만 특히 전략적으로 우리 문화를 해외에서 인식하도록 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인지도가 낮았던 과거처럼 국가 중요 보물을 양적으로 많이 내보낼 필요는 없다. 작지만 실속 있는 대중적인 전시회를 많이 선보이고 현지 우리 문화유산을 활용한 전시를 통해 우리가 세련된 문화전통을 가진 국가이고 이 시대의 벼락부자가 아니라는 점을 다른 국가에 널리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 지난 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박물관에서 한국 유물이 달랑 신라 고배(高杯) 한 점만 전시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중국과 일본의 컬렉션 전시와 비교할 때 너무도 보잘것없어 속이 상했다. 우리 유물이 세계 각지의 중요한 박물관에 많이 전시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이 또한 우리의 경제수준과도 같이 가야 할 일인데 말이다. 국가문화홍보를 위해서는 민ㆍ관의 다차원적인 교류가 확대돼 다른 나라에서 다양한 분야의 한국문화 유산들을 접할 수 있는 총체적인 기회 증대를 위한 국가적인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 그래야 흔히 경제발달을 두고 비교하는 아프리카의 빈국들과 우리가 무엇이 달랐던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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