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의식의 외양간을 고쳐야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세월호 참사는 역설적이게도 온 국민을 한마음으로 묶었다. 미안함·안타까움·분노·자괴감에 온 국민이 하나가 돼 있다. 조문행렬은 끝없이 이어지고 위로 메시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심지어 싸움만 하던 국회조차도 이번 사고 후에 선박과 수학여행 안전 관계법을 합의 처리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원칙 하나만 지켰어도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고 책임의식이 조금만 있었어도 얼마든지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희생자 대부분은 이런 우리 사회의 잘못에 전혀 책임이 없는 순수하고 아까운 젊은이들이었기에 우리의 자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생때같은 자식을 갑자기 잃은 부모들을 무슨 말, 무슨 행동으로 위로하겠는가. 참척(慘慽)을 당한 사람의 슬픔은 당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입을 다물고 미안해할 뿐이다. 그리고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하루빨리 치유해야 한다. 우리가 잘못해서 입힌 상처이므로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우리가 책임지고 고쳐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미안한 마음을 외양간 고치는 것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번만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 삼풍백화점, 서해 훼리호, 대구 지하철 사고 때도 그런 사고의 재발은 반드시 막겠다고 정부가 약속했다. 제도도 구비하고 매뉴얼도 만들었으며 정부부처 이름까지 안전행정부로 고쳤다. 그런데 더 큰 사고가 일어났다.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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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계속해서 정치인·공직자·경찰·선박회사 관계자들을 비판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들은 비난받을 짓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돌팔매질을 하는 그 정치인·공직자·악덕업자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괴물들이다. 적당·대충·설마 하며 행하는 안전불감증은 우리 모두가 앓고 있지 않는가. 생명보다 돈을 더 챙기는 곳이 어디 어디 청해진해운뿐인가. 정의롭고 올바른 사람들은 무시와 조롱을 받고 돈 많고 권력 센 사람들은 인정받지 않았는가. 그동안 언론들은 안전 문제와 사회도덕에 연예계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의 10분의1이라도 기울였는가. 시민운동은 그동안 안전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썼는가.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어른들을 용서하지 말라"는 한 어른의 말은 너무나 적절하다. 한국의 모든 어른들이 비난받아야 한다.

그래도 정부·공직자·악덕회사를 향한 우리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들에 대한 우리의 끓는 분노는 이제 무섭고 끈질긴 압력과 감시로 나타나야 한다. 김영란 법은 수정 없이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든다 해도 생명의 안전은 결코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인과 공직자는 반드시 가려내 축출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법·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고 공직자를 아무리 바꿔놓아도 안전불감증, 인명 경시, 배금주의, 부정직과 무책임 같은 우리 사회 전체의 고질을 고치지 않은 한 대형 사고는 반드시 또 일어난다. 그동안 우리가 축적한 물리적 힘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커졌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다음 사고는 초대형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만큼은 법과 제도의 외양간뿐만 아니라 의식의 외양간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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