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2일] 진정한 사회 화합의 불 밝히길

지난 20일 저녁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일주문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을 밝혔다. 한지로 만든 전통 등(燈)을 세그루의 나무 모양으로 제작해 알록달록 색을 입힌 '불교적인 성탄 트리'다. 조계종의 총본산인 조계사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세워진 것은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점등식에서 "성탄은 구원과 평화, 고난극복의 상징이니 우리도 그 분의 삶을 본받아 남북 갈등에 따른 불안과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상심, 아집과 독선을 이겨내야 한다"고 축하의 말을 전하는 등 불교와 기독교가 화합의 행보를 보였다. 성탄과 연말은 일년 중 가장 평화와 화합이 강조되는 시기다. 하지만 요즘의 모습은 온기를 모으는 세밑 분위기와는 너무도 다르다. 힘들었던 한 해의 짐들을 내려놓고 새해를 맞고 싶은 보통 사람들에게 종교가 안식과 위안을 주지는 못할 망정 종교가 종교끼리, 혹은 종교가 정부와, 심지어 종교 내부에서조차 대립각을 세우는 등 유난히 시끄럽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정부 여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는 과정에서 템플스테이 등의 예산을 삭감한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천주교는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관련 발언에 대해 정의구현사제단이 독단이라며 정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용퇴를 촉구하는 등 내부 갈등 양상을 보였다. 개신교계는 일부 광신도들의 그릇된 신념이 '봉은사 땅밟기' 등으로 왜곡돼 불교와 갈등 중이다. 오죽했으면 7개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가 '증오(혐오)범죄법'을 만들라고 정부에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종교는 물론 인종ㆍ문화 등 그 어떤 분야에서도 차별이나 혐오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당연한 사회 덕목이 입법 조치에 의해 실현된다는 현실, 그것도 신성한 종교계에서 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종교가 존재의 의미와 미덕을 되찾아야 할 때다. 종교 간 화합의 상징으로 세워진 성탄 트리는 연말이 지나면 사라질 테지만 종교를 넘어 사회 화합의 의지를 다지는 존중과 신의의 불꽃은 부디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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