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최악의 상황은 넘겼을지 모르지만 미국 경제의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경기에 선행하는 과거의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기나긴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WSJ의 기사는 미국 경제에 대한 최근의 낙관론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5일 서브프라임 위기가 끝날 것으로 보이면서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실업률 같은 경제지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는 이르다고 보도했다. 케네스 로코프 하버드대 교수는 "금융 위기는 경제의 광범위한 문제를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며 경기 침체의 여파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소비, 투자, 자산가격 등 여러 경제 지표들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1987년 미국 증시의 대폭락과 1998년 롱텀 캐피탈의 유동성 위기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 사건들은 금융시장을 크게 뒤흔들었지만 그 여파가 금융시장에만 국한되어 있는 등 오히려 경제위기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된 이후 본격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의 어려움은 과거 한국의 사례에서도 투영된다.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겪었던 한국 경제의 본격적인 어려움은 오히려 외환 위기가 마무리된 이후 본격화됐다. 한국의 실업률은 1998년 3%에서 7.9%로 급등했고 8%대 성장률을 유지했던 경제성장률은 6%대로 주저 앉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경제의 위기가 현상적으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의 결과지만,본질적으로 자산거품을 믿고 부채를 늘려온 미국인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이미 자체적으로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상승했으며 주택 소유자들은 부풀려진 자산가치를 담보로 부채를 끌어 쓰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부풀림과 동시에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자극한다는 지적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제위기는 과거 한국의 경우 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며 "현재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는 모기지 손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기업 채권과 지방채, 가계 부채 등이 일시에 디폴트 되는 현상이 오면 더 큰 금융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