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내가 당 대표가 된들 대통령에게 불편만 주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당내에서 끊임없이 출마권유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표가 7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물리치지 않는 이유를 밝힌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친박근혜계 초선의원 8명과 만찬회동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전대 출마 필요성을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가장 어려웠던 천막당사 시절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변하고 달라지겠다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런데 지금 또 도와달라고 말하려니 입이 안 떨어진다"며 "국민에게 면목이 없어 당 대표에 못나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와 함께 "미디어법, 쇠고기 수입, 세종시 문제 등에 대해 얘기하면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당 대표를 맡아 정책에 대해 바른 소리를 하면 또다시 친이-친박 갈등으로 비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도록 규정한 당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당청관계가 바르게 재정립될 것이 약속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대표가 돼도 대표로서 할 역할도 별로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불참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