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시절에 악화됐던 한미관계는 대북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공조,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5년간 최상의 수준을 유지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을 통해 양국의 경제적 유대도 어느 때보다 긴밀하다.
박 당선인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그와 깊은 신뢰관계를 맺을 것이며 더욱 격상되고 강화된 한미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대선 TV토론에서도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균형외교'에 대해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론자를 연상시켜 한미관계에 엄청난 손상을 입혔다고 공박하며 한미관계를 외교의 축으로 삼을 것임을 강조했다. 워싱턴의 한국 전문가들도 박근혜 정부의 외교기조는 현정부와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양국의 가장 큰 현안은 역시 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대통령 1기 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미국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기조로 한국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했다. 평화협정 역시 북한이 핵을 포기한 후 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박 당선인의 대북한 정책도 이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과정에서 박 당선인 측은 극도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회복시킬 필요성을 강조해 현정부의 대북접근법보다 다소 유연한 자세를 보였지만 남북 간 신뢰회복을 위한 북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이 북한 문제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국과 일본의 선거평가' 세미나에서 "한국의 대통령 후보들이 오바마 대통령에 비해 탄력적인 대북정책을 제시했다"며 "향후 양국 간에 충돌(conflict)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 간의 관계변화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미관계 회복에 나설 경우 오바마 2기 정부도 제재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후임으로 유력한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이 과거 북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화를 지지해왔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한미 FTA에서 논란이 되는 투자자국가소송(ISD) 문제는 한미 간에 현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박 당선인은 한미 FTA에 대해 발효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재협상을 주장하지는 않는 대신 ISD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 중심(pivot to Asia)'을 내세운 미국과 아시아의 패권을 꿈꾸는 중국 간 갈등 심화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쪽에 치우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고 반대의 경우 미국의 신뢰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